정부가 29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대책으로 안전관리가 취약한 29만 개 시설에 대해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 전문가들이 2월과 3월에 걸쳐 화재 방지 등 전반적 안전관리 실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다중이용시설과 소규모병원에 대한 화재 재발방지 대책도 시급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두 달 사이에 전국 수십만 개 시설에 대한 종합적 안전진단이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일단 눈총을 누그러뜨리고 보자는 식의 날림 점검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달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후 정부는 문제가 된 다중이용시설을 점검한다고 했지만 정작 이번에 화재가 난 세종병원 같은 일반병원은 점검대상에서 빠뜨렸다. 밀양 소방서 측은 지난 3년 동안 이 병원의 소방안전점검에서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모든 항목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내린 세종병원의 ‘셀프 안전점검’을 그대로 인정한 결과다.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점검’을 하고 ‘대책’을 마련한다고 요란을 떨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을 너무도 많이 봐 왔다.
이번 화재 때 제 역할을 못한 방화문이 대표적 예다. 건축법상 건물 내부에서 계단으로 통하는 출입구에는 반드시 방화문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불이 난 1층 중앙계단 입구에는 아예 유독가스를 막아줄 문이 없었다. 심지어 일부 층 비상구는 수술실을 거쳐야 외부로 나갈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출입금지’된 비상구였던 셈이다. 발화 지점인 탕비실 등 불법 증축 시설이 12곳이나 적발됐지만 소액의 과태료만 납부하고 6년 동안 운영을 계속해 왔다. 병원의 무책임과 안전불감증도 문제지만 이를 관리감독 해야 할 당국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러니 정부가 국가안전대진단을 한다고 나선들 쉬이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세종병원 참사 현장을 찾아 “안전한 나라를 다짐하고 있는데도 참사가 거듭돼 참담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그러나 당국이 지금까지 해 온 대로의 안이한 자세로는 앞으로도 참사를 막기 어렵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안전점검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꼼꼼하고 치밀하게 근본적 문제를 찾아내서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구호가 무색하지 않게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안전대책을 내놔야 한다. 졸속 대책은 차라리 내놓지 않는 것만도 못함을 이번만큼은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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