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3ㆍ미국)는 구름관중을 몰고 다닌다. 1996년 처음으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참가한 그는 골프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우즈의 샷 하나에 열성적인 환호를 보내는 열성 팬들은 기존의 골프장 풍경을 바꿔놨다. ‘우즈가 나타나면 골프장이 축구장으로 변한다’는 말도 이 때문에 생겨났다.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의 토리 파인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우즈의 정규투어 복귀전 파머스 인슈런스 오픈 최종라운드에서는 우즈가 팬으로부터 퍼팅을 방해 받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우즈가 13번 홀(파5)에서 3번째 친 샷이 홀 컵 2m근처에 떨어졌다. 퍼팅 감각만큼은 전성기 기량에 뒤지지 않고 있던 터라 무난히 버디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우즈의 퍼터가 공을 때리려는 순간, 한 갤러리가 등 뒤에서 “겟 인 더 홀!(홀 컵으로 들어가라!)”이라고 소리쳤다. 우즈는 움찔했고 공은 빗나갔다. 우즈는 소리가 들린 곳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는 욕구를 애써 억누르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오른 팔을 들어 불만을 표시할 뿐이었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채널에 따르면 현장에서 해당 갤러리를 향한 욕설이 빗발쳤다. 자원봉사자가 다가와 “지금 당신이 무슨 짓을 한 지 아느냐”고 타박했고, 해당 갤러리는 황급히 자리를 떠야 했다. 경기 감독관이 해당 갤러리에 어떤 제재를 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겟 인 더 홀”은 우즈의 열성팬들이 자주 외치는 구호 중 하나다. 티샷을 할 때나, 퍼트를 할 때나, 마치 공에다가 주술을 걸 듯 간절한 마음을 담아 외친다. 하지만 열띤 응원 속에서도 ‘샷을 하기 전에는 조용히 하자’는 룰이 있다. 이날 골프계가 손꼽아 기다려온 우즈의 복귀전에 흠집을 낸 갤러리에 대한 비판은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 골프전문 매체 골프다이제스트의 선임 기자 알렉스 마이어스는 “해당 갤러리는 PGA투어 골프장에 영구히 출입금지 당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프닝에도 불구하고 우즈는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그는 최종합계 3언더파 285타를 쳐 공동 23위로 대회를 마쳤다. 대회 후 기자회견에서 우즈는 “성적에 만족한다”며 활짝 웃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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