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군 탱크ㆍ군인과 폭발” 발표
쿠르드 민병대 여성 대원이 감행
터키ㆍ미국 간 긴장도 고조될 듯
군 공습에 빈간인 피해도 급증
중동 정세의 불씨인 시리아가 위기의 임계점에 다시 다가서고 있다. 시리아 쿠르드족을 겨냥한 터키의 군사작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쿠르드 민병대원이 자살폭탄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감행했다. 터키가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가 관할하는 시리아 북서부 아프린에서 지난 20일 ‘올리브 가지’ 작전을 개시한 이래 벌어진 쿠르드족의 첫 자살 공격이다. 쿠르드측이 최후의 저항에 나서면서 이슬람국가(IS) 축출 이후 이 지역 관리 방안에 대한 미국과 터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쿠르드군은 전날 민병대 여성수비대(YPJ) 소속 줄루 헤모(20)가 터키군에 자폭 공격을 벌였다고 밝혔다. YPJ는 YPG와 함께 중동 분쟁의 상징이던 이슬람국가(IS) 토벌에 나섰던 시리아민주군(SDF)의 주축이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도 헤모의 공격으로 터키군 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다만 라미 압델라흐만 SOHR 소장은 “이번 공격이 의도적인 자살 공격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YPJ는 ‘자살 폭탄 공격’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되 “영웅 아베스타(헤모의 가명)가 터키군 공격을 멈추기 위해 터키군 탱크, 군인과 함께 스스로를 폭발시켰다”며 “자유 쿠르드 여성의 본보기”라고 강조했다. YPJ에 따르면 헤모는 아프린 인근 마을 출신으로 17살 때인 2014년 부대에 가담했다. 쿠르드 민병대에서 여성 전사는 주요 병력이다. YPJ는 헤모의 공격을 치켜세우며 “우리는 마지막 핏방울이 흐를 때까지 터키 침공에 저항할 것이며 아프린은 파시즘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YPJ가 주장하는 자살폭탄 공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터키와 미국 간 긴장감도 고조될 것이라고 외신은 진단했다. 고유 언어를 가진 인구 4,000만명의 쿠르드족은 독립 국가를 세우지 못해 터키와 시리아, 이라크, 이란 등에 소수민족으로 흩어져 살고 있다. 터키는 자치령을 설립하려는 쿠르드노동당(PKK)을 국가 안보에 중대 위협으로 여겨 반국가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또 YPG를 PKK 외곽 조직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미국은 IS 토벌에서 미군을 대신해 지상공격 대부분을 수행한 쿠르드에 우호적이다. 이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이지만 두 나라는 대립에 직면했다. 미국은 일단 터키와의 대치를 우려한 듯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IS격퇴 국제동맹군 대변인 라이언 딜런 미군 대령은 “아프린 지역에서 작전 중인 미군은 없고 쿠르드 민병대 자살 공격 발표에 대해 사실 확인이나 입장 발표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주요 전선인 시리아 북서부에선 민간인 피해도 급증하는 양상이다. 29일 dpa통신은 아프린의 종합병원에 어린이가 포함된 대가족 25명이 숨진 채 이송됐다고 보도했는데, 시리아내전 감시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아프린 남동부 카볼라 마을에서 터키군의 공습으로 어린이 5명 등 일가족 13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반군 지역인 이들리브의 청과물 시장에도 이날 시리아군의 공습이 가해져 민간인 11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에도 이 지역에선 시리아군 동맹세력의 공습에 17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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