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장중 2,600선 돌파하며 사흘 연속 사상 최고
외국인 올해 코스피 2조7,500억ㆍ코스닥 3,500억 순매수
코스피가 사흘 연속(거래일 기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2,600선에 바짝 붙었다. 930선에 근접한 코스닥 지수도 ‘닷컴 버블’의 끝자락이던 2002년 3월 수준에 근접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이달 들어서만 100포인트 이상 올랐다. 시장을 끌어올린 것은 달러 약세와 함께 돌아온 외국인의 역할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3.43포인트(0.91%) 오른 2,598.19로 마감, 종가 기준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전에는 2,607.10포인트를 찍으며 장중 기준으로도 사흘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12월28일) 2,467.49포인트로 마감했던 코스피지수는 한달 새 130.70포인트(5.30%)가 오르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코스닥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지난 16일 15년 9개월 만에 900선을 돌파한 코스닥지수는 이후 조정을 거쳐 이날 926.97포인트까지 올랐다. 이달 상승폭이 128.55포인트(16.10%)에 달한다.
최근 주가 상승의 동력은 외국인 투자자의 힘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2조7,549억원, 코스닥에서는 3,528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해 11, 12월 두 달간 외국인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1조6,538억원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시장에선 달러화 약세 흐름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으로 투자자들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국면인 만큼 국내 증시에 투자하면 환차익 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11월 3일 94.85에서 이날 88.89까지 떨어졌다. 달러인덱스가 90을 밑돈 것은 2014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달러 약세로 신흥국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 자금이 늘어나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장사 실적이 속속 공개되면서 이익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든 것도 주가 상승에 영향을 마쳤다. 코스닥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춤했던 코스피가 연속 사상 최고치 행진을 시작한 것은 25일 장 개시 전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실적 발표 이후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영업이익이 2016년 대비 318.7% 증가한 13조7,21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상 최고치 행진에도 한국 증시는 여전히 해외 증시에 비해 저평가돼 있어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중국과 미국 증시는 각각 19%, 12%가량 상승했지만 국내 증시 상승률은 1%대에 그쳤다. 이마저도 최근 5일 연속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서동필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춤했던 코스피 지수가 다시 최고치를 경신 중이지만 글로벌 시장의 상승세를 쫓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아직 과열은 아니다”며 “달러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것은 외국인들의 시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달러 약세,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국인 자금을 불러들이고 있는 요인이 결국 삼성전자 등 국내 수출기업 실적에 부담이 될 것이란 역설적 전망도 나온다. 키움증권이 최근 1개월간 코스피 200 지수 구성 종목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변화율을 분석한 결과 시장을 주도해 온 IT업종의 기대치는 0.95%, 산업재 분야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0.86% 낮아졌다.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1개월 동안 코스피 200 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이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고 특히 그동안 성장을 주도했던 정보통신(IT), 산업재 분야의 이익전망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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