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호 시장, 화재 9일전 “땀 흘렸다”는 보고 받아
“이렇게 큰 아픔으로 연결 될 줄 미처 몰랐다”
국가 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비(碑)에 구슬 같은 물방울이 맺혀 흘러 내리는 것이 마치 땀을 흘리는 것처럼 보여‘땀 흘리는 비’로 알려진 밀양 표충비가 세종병원화재가 나기 9일 전에 땀을 흘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적 재난이나 큰 일이 있을 때 마다 땀을 흘려온 표충비가 이번 밀양화재참사를 앞둔 지난 17일 새벽4시부터 오전10시까지 약 6시간 동안 땀을 흘렸다고 29일 홍제사 측이 밝혔다.
홍제사측은 표충비는 제천스포츠센터화재가 발생한 지난해 12월 21일과 비슷한 시기인 12월24일에도 땀을 흘렸다고 덧붙였다.
박일호 밀양시장도 이날“지난 17일자로 표충비에서 땀이 ‘한출’됐다는 보고를 받은 적 있었다”며“표충비가 땀을 흘렸다고 했을 때는 몰랐는 데, 큰 아픔으로 연결될 일 인 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28일 표충비를 찾은 김모(48ㆍ대구 수성구)씨는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 표충비가 종종 땀을 흘리곤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비석이 국민들이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싶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 윤모(58ㆍ부산 동래구)씨는 "이번에 사명대사께서 밀양세종병원 화재 참사의 조짐을 미리 알려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밀양을 뒤덮은 슬픔이 하루 빨리 치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높이 4m, 너비 1m, 두께 54.5cm 규모의 표충비는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조직해 왜병을 무찌르고 일본으로 건너가 전쟁포로 3,000여명을 귀환시킨 사명대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옛 표충사터(현 홍제사)에 1742년에 건립돼 1972년 2월 12일 경남도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표충비는 1910년 한일합방, 1919년 3ㆍ1운동, 6ㆍ25전쟁 등 국가 중대사가 있을 때 마다 어김없이 땀을 흐렸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으며 최근에 땀을 흘린 기록은 2004년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 무렵이다. 밀양=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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