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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깨진 유리창과 테러, 그리고 폭력적 극단주의

입력
2018.01.29 15:2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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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 상점의 유리창 하나가 깨졌다고 가정해 보자. 유리창을 갈아주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머지않아 다른 유리창도 깨지고 만다. 이후에도 계속 방치하면 상점 전체가 온전치 못할 수 있다. 가게가 관리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누구든 주저함 없이 돌을 던질 수 있는 것이다. 골목 구석에 방치된 고물 자전거가 며칠 지나지 않아 완전히 망가지는 원리와 비슷하다. 범죄학계에서 제기된 ‘깨진 유리창 법칙’은 사소한 흠결이라도 제때 조치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일깨운다. 비단 유리창이나 자전거뿐일까? 세계 전역으로 독버섯처럼 번지는 테러로부터 우리사회를 보호하는 데도 깨진 유리창 법칙이 시사하는 바 크다.

테러는 우리와 무관한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된다. 그러나 테러 위협은 멀리 있지 않다. 세계적으로 2016년에만 2만5,000여명이 테러로 숨졌다. 민간인 겨냥 테러가 빈발하고, 테러단체와 직접 연계되지 않은 자생적 테러범이 세계 각지에서 활개치고 있다. 이들은 테러를 저지를 때 폭탄이 아니라 일반 범죄자와 같이 온갖 흉기를 쓰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테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방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국제사회는 오래 전부터 테러 방지에 힘써 왔다. 9ㆍ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이 벌어졌으나 대증요법만으로는 테러를 근절할 수 없고, 테러를 조장하는 폭력적 극단주의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날로 힘을 얻고 있다. 테러리스트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극단주의와 이를 용인하는 사회 일각의 분위기가 테러 조장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국제사회가 테러 근절을 위해 극단주의 확산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16년 유엔사무총장은 폭력적 극단주의 예방을 위한 행동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사회 각 분야에서 극단주의를 막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같은 해 유엔에서 개최된 대테러 전략 평가 회의에서 유엔 회원국은 한 목소리로 폭력적 극단주의 예방을 위한 각자의 행동 계획을 작성해 나가겠다는 결의를 채택했다.

극단주의는 깨진 유리창과 같다. 극단주의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극단주의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지만 방치할 경우에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 이는 세계 각국이 이미 경험하고 있는 바다. 유리창이 깨지기 전 튼튼하게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우리 정부는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통해 1월 19일 ‘폭력적 극단주의 예방을 위한 국가행동계획’을 수립하였다. 국가행동계획은 우리 사회에서 극단주의가 생길 수 있는 사회ㆍ경제적 여건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각 부처가 이행해야 할 16개의 구체적 행동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폭력적 극단주의 예방을 위한 국가행동계획은 극단주의, 나아가 테러를 막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의지다. 정부는 이를 착실히 이행해 테러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폭력적 극단주의 예방을 위해서는 사회 각계의 관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우리 모두의 관심과 동참을 기대한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아서야 되겠는가.

오영주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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