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발화 지점 등 재조사
경찰 ‘실화’ 결론 뒤집어
지난해 12월 31일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어린 삼남매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화재 원인을 엄마 정모(22)씨의 실화가 아닌 방화로 결론을 내렸다. 당초 “정씨의 담뱃불로 인한 실화”라던 경찰 조사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광주지검 형사3부(부장 배창대)는 29일 정씨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8일 경찰이 정씨를 중과실치사 및 중실화 혐의로 구속한 사건을 넘겨 받아 원점에서부터 재수사를 벌인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조사 결과 정씨는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2시쯤 광주 북구 두암동 L아파트 11층 작은방 출입문 안쪽 문턱 쪽에서 라이터로 이불 등에 불을 붙여 이 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네 살과 두 살 아들, 16개월 된 딸을 숨지게 했다. “정씨가 작은방 입구에 있는 솜이불에 담배 불똥을 털고 꽁초를 버려 불이 나게 했다”는 경찰 수사 결과와 배치되는 것이다.
검찰은 “발화지점이 작은방 안쪽 출입문 문턱으로 추정된다”는 대검의 정밀 화재 감정 결과와 정씨가 담배 불똥을 떨어뜨린 이불이 솜이불이 아니라 실제로는 담뱃불로는 착화(着火)가 어려운 합성솜(극세사) 재질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정씨의 방화로 판단했다. 검찰은 또 정씨가 착용한 스타킹이나 얼굴에 탄화흔이나 화상이 없고, 화재 당일 귀가 후 구조 직전까지 40여분간 휴대폰을 사용한 사실을 확인, 화재 당시 작은방에서 아이들과 자고 있었다는 정씨의 진술을 거짓으로 봤다.
실제 검찰이 정씨를 상대로 실시한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 경찰 수사 과정에서 정씨의 진술은 거짓반응으로 나왔다. 특히 검찰은 정씨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아이들과 자살할 생각으로 불을 끄지 않고 내버려뒀다”고 진술을 일부 바꾼 데다, 화재 발생 당일 남자친구와 이혼한 남편에게 화재를 암시하는 문자메시지 등을 보낸 점 등에 비춰 정씨가 경찰에서 한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검찰은 이에 따라 정씨가 자녀 양육 등에 따른 생활고 등으로 불을 질렀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씨는 여전히 방화 혐의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발화장소에 유의했으면, 이 사건이 피의자 변명에 따라서만 구성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걸 외면한 상태에서 피의자 변명에 치중한 나머지 정씨에 대한 혐의가 잘못 의율이 됐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씨에 대해 중과실치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담당 검사가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직접 피의자를 면담까지 했고 혐의 의율 부분도 검사와 조율을 거쳤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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