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대표적 유적지인 앙코르 와트 인근에서 외국인 관광객 80여명이 음란 파티를 벌이다가 현지 경찰에 적발됐다. 누드 촬영 등 외국인들에 의한 음란행위가 종종 문제 되기도 했지만 이처럼 대규모 음란행위가 적발된 건 처음이다. 세계 종교 건축물 중에서도 손꼽히는 사원인 앙코르 와트는 199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29일 현지 일간 크메르타임스와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레아프주의 한 마을에 있는 빌라에서 지난 25일 외국인 87명이 외설적인 파티를 벌이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당시 성행위를 하는 듯한 옷차림으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1인당 입장료 15달러(약 1만6,000원)를 받고, 한 빌라에 음란파티장이 개설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민국 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급습했다.
경찰은 “외설적 행위는 캄보디아 전통에 어긋난다”며 파티를 주도한 영국인 5명과 캐나다인 2명 등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 이들의 포르노 관련 법률 위반 혐의가 인정되면 최장 1년 징역형과 최고 500달러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나머지 77명은 추방됐다.
캄보디아에서는 이전부터 음란 행위를 시도하는 세계 각국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5년에는 스코틀랜드 여대생 등 3명이 프놈펜 근처 거리에서 알몸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다 경찰에 체포됐고, 앙코르와트 안에서 20대 미국인 자매가 나체 사진을 촬영하다 적발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선고를 받기도 했다. 또 프랑스 남성과 아시아계 여성들이 한데 섞여 음란물을 제작하다 적발된 적도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03년 영화 ‘미인’에 출연했던 여배우 이지현이 앙코르와트에서 누드 화보를 촬영하다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씨는 이후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계속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 게 더 어색하게 느껴져 나중엔 이동할 때도 니트 스웨터로 앞쪽만 가리고 걷기도 했다”며 “가끔 현지인들과 마주쳐도 ‘다시 볼 사람들도 아닌데’ 하는 생각에 씩 웃어주는 여유까지 부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캄보디아 총리실 자문을 맡고 있는 현지 소식통은 “이지현 사건 이후 캄보디아 정부의 단속으로 한국인들의 음란 행동은 적발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프랑스 식민 지배 역사 때문인지, 외국인들 특히 유럽인들이 캄보디아에 입국한 뒤 흐트러진 행태를 보이는 경우는 종종 보도되고 있다”고 전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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