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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슈퍼 갑질’ 무죄, 무죄… “현실 외면한 법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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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슈퍼 갑질’ 무죄, 무죄… “현실 외면한 법 논리”

입력
2018.01.29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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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 집유

“직영점 출점에 전 가맹점주 자살

상권 공백 메우기… 보복 인정 안 해

광고비는 타인의 재물 아니며

목적 용도 안 정해져 횡령 아니다”

법원, 개인비리만 유죄 인정

가맹점주ㆍ시민단체 등 반발

“이런 노골적 갑질조차 죄가 안 된다면, 앞으로 도대체 대기업과 거대자본의 횡포를 어떻게 견제할 수 있을까요?”

최근 법원이 가맹점주에 대한 ‘갑질 논란’을 빚은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70) 전 MP그룹(미스터피자) 회장의 혐의를 대부분 무죄로 판단하며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자, 가맹점주 단체와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법원이 프랜차이즈 업계에 엄존하는 본사-가맹점 간 갑을(甲乙) 관계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형식 논리에만 갇혀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28일 법원과 프랜차이즈 업계 등에 따르면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 김선일)는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 전 회장에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그를 석방했다. 정 전 회장에 대한 공소사실 판단에서 재판부는 ▦동생 회사 부당지원 ▦자녀 등에 대한 가공급여 지급(횡령) ▦차명가맹점 운영에 따른 회사손실(배임) 등 개인 비리는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부당지원에 따른 통행세(횡령) ▦광고비 유용(횡령) ▦보복조치(업무방해) 등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로서 가맹점주에게 ‘갑질’을 한 혐의에는 대부분 무죄를 선고했다.

갑이 을에 처절한 보복해도 무죄?

가장 논란이 큰 대목은 가맹점주에 대한 정 전 회장의 보복 갑질에 무죄가 내려진 점이다. 2016년 6월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장 출신의 이모씨는 미스터피자에서 탈퇴한 가맹점주 10여명을 모아 ‘피자연합’이란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어 미스터피자 동인천역점(이씨)과 이천점(전모씨)이 피자연합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러자 미스터피자 본사는 거래처에 “피자연합에는 치즈ㆍ소스를 공급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했고, 동인천역점과 이천점에서 각각 150m, 60m 떨어진 곳에 직영점을 냈다. ‘슈퍼갑’의 횡포에 저항하고자 했던 이씨는 결국 무력한 저항에 한계를 느끼고 지난해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씨 자살 이후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정 전 회장은 보복 차원에서 문을 연 직영점을 폐점하는 등 잘못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가맹점 폐점시 상권 공백을 메우고자 가맹ㆍ직영점 출점을 검토하는 것은 일반적”이라며 보복 의도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피자연합에 대한 식자재 공급중단 압력을 행사한 것은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이 이씨를 통해 치즈 등을 사입(본사를 거치지 않고 구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봤다.

시민단체 측은 ‘실체적 진실을 외면한 판결’이라고 비판한다. 미스터피자 본사가 동인천ㆍ이천에 직영점을 낸 것은 명동 등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상징적 지역에만 직영점을 열어왔던 전례에 맞지 않는 데다가 보복 출점 후 이씨 등의 장사를 견제할 목적으로 ‘돈까스 무료’ 등 파격 행사를 실시했는데도 재판부를 이를 ‘일반적’ 행위로 봤다는 것이다. 또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가맹점주들이 치즈를 사입하는 경우 본사는 해당 점주에게 직접 경고하면 된다”며 “근데 본사는 법적 관계가 없는 이모씨에게 압력을 가했는데 재판부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목적 이외에 돈 쓴 혐의도 무죄

광고비 횡령에 대한 소극적 판단도 논란거리이다. 미스터피자 본사는 2008~2016년 가맹점에서 1,045억원의 광고비를 걷었지만, 정 전 회장은 광고와 무관한 전산 유지보수 등에 6억원을 썼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광고비는 가맹금(본사에 정기ㆍ비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돈)으로 횡령죄 구성 요건인 ‘타인의 재물’이 아니며 ▦가맹점이 목적ㆍ용도를 정해 광고비를 맡겼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횡령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현행 가맹법은 광고비에 대해서는 본사가 특정 용도(광고ㆍ판촉)에만 쓰도록 가맹점이 사후에 집행내역을 볼 수 있는 권리를 보장(2016년 3월 개정)하고 있는데, 재판부는 이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하게 ‘광고비=가맹금’으로 판단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본사가 광고비 명목으로 돈을 걷은 후 유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일부 유죄로 판단된 ‘통행세’의 경우에도 소극적 판결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정 전 회장은 동생이 운영하는 CK푸드 등을 미스터피자와 매일유업 간 치즈 거래에 끼워 넣어 유통마진(통행세)을 보장,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동생에 57억원 이익을 제공했다. 검찰은 여기에 공정거래법(부당지원)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횡령)을 적용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부당지원 혐의만 인정했다. 정 전 회장이 통행세를 설계해 동생에게 이익을 몰아준 점은 인정됐지만, 재판부는 “CK푸드의 개입으로 미스터피자가 유통마진(57억원)만큼 손실을 봤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관계자는 “통행세로 본사 경영에 비효율이 발생하고 400개 가맹점에 부담을 준 행위가 횡령이 아니라면, 최소한 배임의 책임은 물어야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12년간 ‘비정상적’ 거래에도 본사는 물론 가맹점주 또한 손실을 입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결과, 부당이득 57억원에 대한 책임을 물을 길은 사라졌다.

김주호 참여연대 간사는 “미스터피자 사건에는 통행세, 깜깜이 광고비, 보복조치 등 가맹본사 갑질의 대표 사례가 모두 들어가 있다”며 “그럼에도 솜방망이 판결 탓에 정부의 개선 노력이 후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법원이 이런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한 느슨한 법체계도 지적을 받는다. 가맹점주협의회는 근본적 제도개선을 위해 ▦부당한 필수품목 강요금지 조항 신설(통행세 방지) ▦가맹점주 단체의 집단적 협상권 강화 등의 가맹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판결로 가맹법 개정이 시급해졌다”며 “개정안을 2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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