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4강에 오르며 한국 테니스의 새 역사를 쓴 정현(22)이 노바크 조코비치(31ㆍ세르비아), 로저 페더러(37ㆍ스위스) 등 쟁쟁한 선수들로부터 들은 찬사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26일 페더러와의 호주오픈 준결승에서 기권패 하며 대회를 마친 정현은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모든 선수들이 나를 높게 평가해줬는데, 그 선수들의 평가가 맞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정현의 귀국 장면을 보기 위해 수 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인천공항에 모였다. 가슴에 꽃다발을 안은 채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낸 정현은 지난 열흘간 강행군을 펼친 탓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웃음을 잃지 않았다.
정현은 한국 테니스 사상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진출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평소 우상으로 여겼던 조코비치를 3-0으로 무릎 꿇리는 등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을 깊숙이 박았다. 준결승에서는 ‘테니스 황제’ 페더러와 꿈의 맞대결을 펼쳤지만 발바닥 물집 탓에 2세트 도중 기권을 선언했다.
정현과 맞붙은 세계적인 스타들은 호평을 쏟아냈다. 조코비치는 정현을 두고 “마치 커다란 벽과도 같았다”고 표현했고 페더러는 “충분히 톱10에 들어갈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현은 “욕심이 난다”며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얻은 랭킹 포인트를 앞세워 세계랭킹 20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이형택(42ㆍ은퇴)이 가진 역대 최고 기록 37위를 훌쩍 뛰어 넘는 랭킹이다. 정현은 “한국 최고 기록을 이렇게 빨리 깰지 생각하지 못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정현은 당분간 회복에 전념할 예정이다. 다음 일정과 관련해 그는 “아직 보류 상태다. 일단 병원에 가서 온몸을 체크해본 뒤 이후 일정을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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