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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인사이드] 레미콘 1위 유진기업, 하이마트 포기했지만 유통 영역 계속 확장

입력
2018.01.28 18: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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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마트 지분 31% 취득 후

경영 지배 어렵자 2012년 매각

금융ㆍ물류ㆍ레저 등 사업 활발

유경선 회장이 지주사 지배

형제 간 계열사 분리 가능성도

유진 송도공장
유진 송도공장

“반전의 연속이다.”

2011년 12월 1일 하이마트의 대주주였던 유진그룹이 지분 매각을 전격 선언하자 시장과 재계가 보인 반응이다. 하이마트 창업자인 선종구 회장 측과 경영권을 놓고 대립하던 유진그룹은 주주총회 표 대결을 하루 앞두고 선 회장 측과 타협하는 듯 했으나 불과 하루 만에 다시 지분 전량 매각이라는 폭탄 선언을 하고 만다.

유진과 선 회장 측의 경영권 다툼은 예고된 측면이 강했다. 유진은 지난 2007년 하이마트 지분 31%를 인수하며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지만 창업주인 선 회장의 경영 방침에 크게 간섭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1년 10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선 회장과 함께 하이마트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유 회장이 하이마트 경영에 참여하려 하자 선 회장 측은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유진 측이 지분 인수 때 “7년간 경영권을 맡기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진 측은 “2조원 이상을 투자해 경영권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경영권 보장 약속은 없었다고 맞섰다.

양측은 결국 주주총회를 열고 표 대결 준비에 돌입한다. 선종구 회장은 2대주주였으나 우호지분을 끌어들이면 유진과 맞설 수 있다고 보고 표 대결을 피하지 않았다. 마주 달리는 기차 같던 양측의 다툼은 주총 하루 전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극적 타협점을 찾는다. 그러나 유진이 그 다음날 하이마트 지분 전량 매각을 선언하며 양측의 불안한 동거는 사실상 끝나게 된다.

당시 재계는 유진이 하이마트 지분을 전격 매각하기로 한 데는 향후에도 경영권 장악이 쉽지 않다고 봤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최대주주이면서 경영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기업에 투자금을 계속 묻어둘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하이마트는 이듬해 새 주인 롯데에 인수되면서 유진의 품을 떠나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하이마트 매각으로 기존 레미콘에서 유통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려던 유진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며 “유진이 계속 하이마트를 운영했다면 유통업계 판세가 지금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다각화 공들이는 유진

유진그룹은 1954년 설립된 대흥제과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70년대까지 제과업종에 발을 딛고 있었지만, 79년 유진종합개발을 설립하고 레미콘 등 지금의 건자재 사업을 주력으로 키우기 시작한다.

90년대는 유진의 사업 영역이 폭발적으로 넓어지는 시기다. 유진은 97년 드림시티방송을 설립하고 유선사업 방송에 진출했으며 2006년에는 서울증권을 인수하고 증권업계에도 발을 디딘다. 유진은 이후에도 로젠택배 인수(2007년), 나눔로또 설립(2007년), 하이마트 인수(2008년) 등으로 물류와 유통사업에도 뛰어든다. 다양한 업종에 발을 넓혔지만 유진의 주력 사업은 여전히 레미콘과 기초 건자재 분야다. 그룹 매출(약 2조9,000억원ㆍ작년 추정치) 중 절반 정도가 건자재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2012년 하이마트 매각으로 전자제품 유통 사업에서는 손을 뗐지만, 현재 건자재, 금융, 물류, 레저, 환경 등 5개 사업부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저축은행 인수와 홈 인테리어 사업에 뛰어들며 유통 영역에도 다시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삼표와의 레미콘 1위 싸움 종지부

2016년 유진기업은 10년여간 지속해온 레미콘 출하량 1위 싸움에 종지부를 찍었다. 유진기업은 삼표산업과 레미콘 1위 자리를 두고 오랫동안 경쟁해왔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서 발간한 통계연보에 따르면 유진은 2006년부터 계열사 출하량을 제외한 순위에서 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2013년 옛 동양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내놓은 충청권 9개 공장을 삼표가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추격이 시작됐다.

2015년 단일기업 기준으로 레미콘 출하량은 유진(646만㎥)이 삼표(614만㎥)보다 앞섰지만 계열사를 포함한 출하량은 삼표(757만㎥)가 유진(744만㎥)을 근소한 차이로 추월했다.

2016년 역시 2015년과 유사한 상황이었다. 유진은 전년대비 100만㎥ 늘어난 743만㎥를 팔며 698㎥의 삼표와의 격차를 45만㎥로 늘렸다. 하지만 계열사를 포함한 삼표의 출하량은 851만㎥, 유진은 846만㎥으로 계열사를 포함한 출하량 1위는 삼표의 차지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같은 해 유진이 동양의 레미콘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326만㎥가 추가된 1,172만㎥로 압도적 차이의 1위를 차지하며 그간의 레미콘 출하량 1위 싸움에 마침표를 찍었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유진과 삼표 간 수위 다툼은 동양 인수를 계기로 사실상 끝났다”면서 “삼표의 경우 전체 출하량의 30%를 차지하는 성수, 풍납공장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2위 자리도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형제 계열분리 가능성 제기

유진그룹의 후계구도는 아직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 유경선 회장이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유진기업 최대주주(지분율 11.81%) 자리를 확보한 가운데, 동생인 유창수(7.01%) 부회장과 유순태(4.49%) 부사장이 유 회장을 보좌하며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유창수 부회장은 증권 계열사인 유진투자증권의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으며 그룹 금융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 현대저축은행 인수를 주도하며 그룹의 금융사업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저와 엔터테인트먼트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막내 유순태 부사장도 홈 인테리어 리모델링 사업 등 신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유경선 회장의 장남인 유석훈(36) 상무도 2015년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며 회사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유 이사는 유진기업 지분 3.13%를 보유하고 있다.

눈 여겨 볼 대목은 유 상무가 회사 경영에 참여한 2015년부터 유 회장은 유진기업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 회장 직함만 유지하고 있는 점이다. 재계가 유진 그룹 후계 승계 작업이 본격화됐다고 보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형제 간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그룹 금융사업을 주도하는 2대주주 유창수 부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유창수 부회장이 계열분리를 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는 지주사격인 유진기업 지분을 7% 밖에 가지고 있지 않아 금융 계열사에 대한 직접 지배력이 높지 않다. 하지만 조카인 유 상무가 경영권을 물려 받을 때 유 부회장이 보유한 유진기업 지분을 활용해 유진투자증권 등 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후계구도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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