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장성요양병원 화재 이후
요양병원은 ‘최소 시간’ 등 지침
일반병원은 의료진 판단에 맡겨
3층 20여명 중 절반 이상 손 묶여
“찍찍이였다면 희생 줄었을 것”
“당국이 신체 보호대의 오남용을 막는데 만 신경을 썼지 위급상황 발생 시 결박을 어떻게 쉽게 풀지 등 본질에 대한 디테일을 놓친 것 같습니다.”
2014년 전남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고에 이어 이번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에서도 다수의 환자들이 ‘신체 보호대’로 침상에 묶여 있다 구조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드러나 이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밀양소방서 구조대 관계자는 28일 “3층 중환자실에 있던 20여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환자가 한쪽 손이 병상에 결박돼 있었고, 이들 모두 곧바로 구조는 했지만 환자 1명당 결박을 푸는데 30초에서 1분 가량 소요됐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5층에서도 결박환자가 있었다는 간호사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화재현장 층별 사망자 현황을 보면 5층은 28명 중 8명, 3층은 21명 중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신체 보호대는 환자 본인의 구조를 늦췄을 뿐만 아니라 상태가 나은 환자의 빠른 구조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2014년 전남 장성요양병원 화재 당시 환자 2명이 신체 보호대로 침상에 묶여 있다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이듬해 ‘응급상황에 대비해 쉽게 풀 수 있거나 즉시 자를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지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는 요양병원에만 적용되는 규정으로, 세종병원과 같은 급성기 병원(일반 병원)은 의료진 판단에 맡기고 있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급성기 병원은 의료인 인력이 요양병원보다 훨씬 많아 보호대를 사용할 필요성이 적은데도 과도한 규제를 가할 필요성이 없어 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병원 3층은 환자 20여명 중 절반이상의 손이 병상에 결박돼 있었다. 병원 측의 과도한 대응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지침은 보호대 사용법으로 클로브 히치(Clove-hitch), 고리 매듭, 정방형 매듭 3가지를 권고하고 있다. 모두 매듭을 쉽게 풀 수 있는 방식이다.
반면 노말식 밀양소방서 구조1팀장은 “화재 당시 연기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손으로 더듬어 결박을 발견했고 부위를 풀어 2명을 직접 구출했다”고 말했고 박재현 구조대장도 “로프나 태권도복 허리띠 같은 결박을 푸는데 애를 먹었다”고 말하고 있다. 결박 방식을 제대로 지켰는지 논란이 될 수 있다.
병원 측은 태권도복 끈 등 부드러운 소재로 손을 묶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침대 가드레일에 결박한 최종 여밈 장치는 찍찍이 등 제3자가 풀기 쉬운 소재로 했었더라면 희생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2013년 부산 동아대병원 연구팀이 성인간호학회지에 손목을 묶지 않는 대신 팔을 소매에 넣어 과도한 움직임만을 억제하는 방식의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국내에선 아직 대안적 의료기기를 연구하거나 보급하는 곳이 전무한 실정이다.
장성요양병원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김정숙 건강세상네트워크 활동가는 “규정에 있는 인력 기준을 지키고, 무동력 엘리베이터 피난 시설 등의 설치를 의무화해 보호대 사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밀양=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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