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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화재 참사] 초로의 딸 “엄마, 사랑해” 통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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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화재 참사] 초로의 딸 “엄마, 사랑해” 통곡

입력
2018.01.28 17:1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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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너무 아파 오게 됐어요”

일반인 조문객 발길 이어져

제천 화재 유가족 현장 등 방문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어야”

적십자 심리회복상담소 운영

행안부 특별교부세 10억 지원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삼문동에 마련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영정 앞에서 흐느끼고 있다. 밀양=류효진기자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삼문동에 마련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영정 앞에서 흐느끼고 있다. 밀양=류효진기자

가장 좋은 옷을 차려 입고 미리 찍어 뒀을 사진들. 마지막이 되리라 상상도 못 했기에 활짝 웃는 표정들. 화재가 순식간에 삶을 집어삼킨 38명은 그렇게 조문객들을 맞았다. 누군가의 어머니 또는 아버지, 누군가의 자식이었을 그들 얼굴을 하나하나 기억에 담아두려는 듯 조문객들은 영정 앞을 쉽사리 떠나지 못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3일째인 28일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경남 밀양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회관에는 조문객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인들은 끓어오르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해 영정 앞에 주저앉거나 긴 곡소리로 애달픈 마음을 표현했다. 고 김종금(73)씨의 성당 교우였던 이모(41)씨는 “(신앙에) 냉담했던 고인이 어느 순간 열심히 다니고 싶다며 지난 크리스마스 때부터 성실히 성당에 나오셨는데… 이렇게 가실 줄 몰랐다”고 안타까워했다.

환자들을 제 몸처럼 돌보다 그들과 함께 떠난 의료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해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디스크로 세종병원에 입원했던 김일희(61)씨는 “희생된 의사와 간호사 모두 너무 좋은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가다니 믿기지 않는다. 너무 잘 대해줬던 마음이 기억나 화재 당일 혹시나 싶어 전화했는데 받지 않더니 결국…”이라며 울먹였다.

일반 시민들도 직접 분향소를 찾아 고인들 넋을 위로했다. 조문을 위해 아홉 살 아들과 함께 대구에서 온 윤효진(35)씨는 “희생자 중 지인은 없지만 뉴스로 사건을 접한 뒤 마음이 너무 아파 이곳까지 오게 됐다”며 “나이가 많건 적건, 소중한 생명이 희생당했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불과 한 달여 전 역시나 화재로 가족들을 떠나 보낸 제천 화재 유가족들도 이날 분향소와 화재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애도에 동참했다. 제천 화재 유가족 대표 류건덕(59)씨는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린 슬픔이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며 “한시바삐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돼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던 제천 화재 유가족들은 또 다시 반복된 비극 앞에서 서로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밀양시가 24시간 운영 중인 합동분향소에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5,281명이 방문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유가족과 조문객들을 위해 합동분향소에 심리회복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사망자들의 발인이 이루어진 장례식장에는 죽음이 못내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 애달픈 울음들이 망자의 관을 따랐다. 이날 오전 7시34분 농협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현수금(89)씨 장례에서는 침통한 표정의 유족들이 묵념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화재 당일 퇴원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안타깝게 변을 당한 박이선(93)씨의 발인 때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초로의 딸이 “엄마, 사랑해” 통곡하기도 했다. 박씨와 현씨를 비롯해 이날 밀양시 두 곳과 김해시 두 곳 장례식에선 희생자 7명의 발인이 이뤄졌다.

이날 행정안전부는 신속한 피해 수습을 위해 밀양시에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10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특별교부세는 화재 잔해물 처리와 화재 현장 주변 안전대책 추진 등 조기 수습에 쓰일 예정이다.

밀양=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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