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연방하원의원 선거구
5개 카운티에 지그재그로 걸쳐
구피ㆍ도널드덕 닮아 조롱거리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제7 연방하원 선거구는 5개의 카운티에 걸쳐 복잡한 지그재그 형태로 구역이 그어져 있다. 디즈니 캐릭터인 구피가 도널드 덕을 차는 모양새를 닮아 ‘구피 키킹 도널드덕’(Goofy Kicking Donald Duck)’이란 별명으로도 불린다. 소속 정당에 유리하도록 기형적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게리맨더링이 성행하는 미국에서도 조롱거리가 될 정도로 자의적 구획의 정도가 심하다.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전한 이 선거구 주민들의 사연은 기막히다. 같은 카운티, 같은 마을에 사는 데도 길 건너 집과 선거구가 다른 경우가 허다해 주민들이 선거나 후보자 얘기를 하다 보면 혼란을 겪는다. 디즈니 캐릭터인 구피 목에 해당하는 곳은 불과 주차장 크기만큼 협소하고 인근은 전혀 다른 선거구다. 선거구 개편 활동을 펴온 베스 론씨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선거구가 워낙 쪼개져 있어서 해당 주민들을 파악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고 말했다. 올 11월 중간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예비 후보자는 “만나는 사람들이 ‘꼭 투표할게요’ 하다가도 ‘근데 어쩌나, 당신 선거구가 아닐지도 몰라요’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호각을 이루는 스윙 주에 해당하지만 극심한 게리맨더링 탓에 18개 연방하원 선거구 중 13곳이 공화당, 5곳이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이 악명 높은 게리맨더링 선거구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일단 펜실베이니아주 최고법원은 최근 ‘기존 연방하원 선거구획이 공화당 의원들의 당파적 이익에 따른 것이다’며 내달 9일까지 새 선거구를 주지사에게 제출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내달 15일까지 새 선거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원 스스로 자체적인 선거구를 채택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화당이 다수를 이루는 주 의회 측은 즉각 연방 대법원에 판결 유예를 신청하겠다고 밝혀 공은 연방 대법원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앞서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주 최고법원이 선거구를 다시 획정하라고 판결했지만 연방 대법원이 판결 유예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는 연방 대법원이 위스콘신주와 메릴랜드주에서 제기된 정당 편향 선거구 획정에 대한 위헌 심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6월쯤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 재판은 미국의 게리맨더링에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 판결이 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간 연방 대법원은 인종적으로 편향된 선거구 획정은 위헌 판결을 내렸으나, 특정 정당에 편향된 선거구 획정에 대해선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용인해왔다. 2004년과 2006년에 제기된 특정 정당 편향의 게리맨더링 주장에 대해 근거가 불명확한 추정이라며 기각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당시 앤소니 케네디 대법관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도구가 있다면 다른 판결을 내렸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겨 이번 재판은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하원 선거구 획정은 주마다 절차나 규정이 다르긴 한데, 대체로 선거구 획정 위원회를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주 의회가 선거구 획정 위원들을 선임하는 경우가 많아 주 의회 다수파의 입김이 반영되는 구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방 대법원마저 제동을 걸지 않아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각 주마다 게리 맨더링으로 인한 선거구 왜곡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