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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환 칼럼] 탐욕은 공존의 대적(大敵)

입력
2018.01.28 13:5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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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을 정당화하는 그릇된 신념들

공동체를 파괴하는 악덕은 사라져야

사회정의가 한국사회의 유일한 희망

지난 22일 작년에 창출된 부의 82%가 상위 1%에게 돌아갔다는 옥스팜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인구 절반인 37억 명의 재산이 조금도 늘어나지 않았으며” 세계의 부호 상위 42명의 재산이 세계 인구 절반의 재산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한국사회의 불평등도 이런 보편적 추세와 일치하거나 그보다 더 심하다는 게 학계의 일반적 평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그리고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의 격차 등 한국사회의 전반적 불평등은 악화일로에 있다.

이런 현상의 배후에는 불공평한 임금체계, 부의 재분배 효과가 미미한 조세제도와 사회보장정책, 그리고 불로소득 추구를 부추기는 성장정책들이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그런 제도들을 만든 정치의 실패가 있고, 정치의 실패를 야기한 정치인들과 사회 지도층의 불건전한 신념들-예컨대, “불평등은 불가피하고 바람직하다”, “엘리트주의는 효율적이다” 등-이 있다. 이런 잘못된 신념과 제도들이 시정되지 않는 한 우리사회의 불평등 구조는 더 심화될 것인바, ‘공정사회와 정의로운 국가’ 건설도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특히 현 시점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지난 정권들이 추진한 ‘줄푸세’ 정책의 후유증이다. 감세정책과 투기 유인 성장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길게는 인간의 사리분별력을 마비시키고 탐욕을 자극함으로써 시장을 ‘돈 놓고 돈 먹는’ 투기장으로 변질시키며, 호혜적 협동체인 사회를 약육강식의 정글로 타락시킨다. 부유하고 유력한 자들은 넉넉한 재산과 권력을 이용하여 불로소득을 극대화하는 데 혈안이 되고, 그럴 수 없는 서민들은 허탈감에 빠지거나 분노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이런 사회가 지속적 안정과 번영을 구가할 리 없고, 그 사회구성원들이 행복과 평안을 누릴 리 없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인간본성론’에서 탐욕을 “사회를 전체적으로 파괴하는” 악덕 중의 악덕이라 규정했다.

적당한 욕심은 인간의 자연스런 본성으로 제한된 이타심 및 공감능력과 더불어 사회의 공존공영을 촉진한다. 하지만 두 본성 사이의 균형이 잘못된 제도로 인해 무너지게 되면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안정은 동시에 파괴된다. 특히 탐욕에 사로잡힌 기득권층은 영화 ‘월스트리트’의 기업사냥꾼 게코처럼 “탐욕은 좋은 거야!”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타인이 갖고 있는 작은 몫까지도 ‘싹쓸이’ 함으로써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학식 꽤나 있는 사람들은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거론하며 “사익 추구는 공익 실현에 이바지한다”고 외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스미스가 살아 있다면 자신의 저술이 악용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그의 ‘국부론’은 ‘도덕감정론’과 법이론 및 수사학에 관한 글들과 함께 읽어야 한다.

일부 언론도 그런 풍조를 부추긴다. 최저임금제나 정규직화 정책같이 근로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시켜주기 위한 정책들은 중소기업을 도산시키고 국가 재정을 고갈시킨다며 ‘서둘러’ 비난해대지만, 대기업 경영자들이 천문학적 연봉을 받는 것은 기술과 경영 혁신을 이끌어 기업경쟁력을 제고시키고 국가 경제를 일으킨다고 강변한다. 정작 영세한 중소기업의 생존을 결정적으로 위협하는 것은 골목상권까지 장악하려는 대기업의 탐욕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몫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의 정당한 요구가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힐난한다, 이 모두 탐욕을 정당화하는 편파적 논리일 뿐이다.

사회정의는 이런 맥락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오랜 공동생활의 지혜가 응축된 사회정의는 인간의 욕심이 탐욕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브레이크를 걸어주고, 약자들의 절망이 폭동과 혁명으로 표출되지 않도록 막아줌으로써 사회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한다. 요컨대, 사회정의는 탐욕이 맹위를 떨치며 공존을 위협하고 있는 현재의 한국사회를 건강한 협동체로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김비환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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