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40여명 구조활동 참여… 시민의식 발휘했건만
“최선 다했지만 사상자 많아 정말 안타깝고 슬프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 당시 소방당국은 물론 민간업체와 시민 등이 대거 구조활동에 참여한 가운데 살을 에는 한파와 치솟는 화염, 연기 속에서 환자 구조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최초 화재신고는 26일 오전 7시 32분 세종병원 응급실 일반전화로 접수됐고, 발화시점은 신고 시간 약 7분 전쯤인 7시 25분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초 신고를 받고 출동한 가곡119안전센터는 신고접수를 받고 약 3분만에 도착했지만 이미 화염과 검은 연기가 도로 밖까지 치솟아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가곡119안전센터 선착대 3명은 주 출입구를 통해 화재진압을 시도했지만 천장이 내려앉고 시야 확보가 어려워 구조와 초기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가곡119안전센터장은 “세종병원 정면으로 진입하는 게 불가능해 복식 사다리를 건물 양 옆에 펼쳐 창문으로 진입해 환자들을 구조했다”고 말했다.
건물 3층에서는 다급히 구조를 요청하는 모습이 포착돼 진입을 시도했지만 창문으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어 옆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사다리를 펼쳐 구조하기도 했다.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은 “선착대 도착과 동시에 화재진압과 인명구조를 진행했지만 세종병원 쪽에서는 도저히 진입이 어려웠고 연기가 바람을 타고 요양병원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을 보고 뒤이어 도착한 후착대가 요양병원으로 움직여 수직 피난 슬라이드를 이용해 환자들을 구조했다”고 말했다.
후착대는 현장 앞 진입로를 확보하고 세종병원 1층과 3층, 5층 등에 본격적으로 투입돼 환자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화염과 연기로 내부 계단을 통한 진입은 여전히 어려웠고, 외부 계단이나 창문, 옆 건물을 통해 진입할 수밖에 없었다.
화재 발생 약 3시간여만인 10시 26분 완전 진화된 화마는 37명의 사망자와 151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이 중 2명은 중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져 희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구조 과정에서 길을 지나던 시민 40여명은 함께 구조 활동을 돕는 등 시민의식을 발휘했다. 이들은 세종요양병원에서 탈출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받아 핫팩과 이불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안전한 장소로 환자들을 옮기기도 했다.
구조된 환자들은 인근 밀양병원, 윤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의료진들은 상태가 위중한 환자들에게 응급처치와 심폐소생술 등을 시도했지만 사망자들 대부분은 병원이송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치료 도중 사망하고 말았다. 대부분의 사인은 유독가스 등 연기에 의한 질식사다.
화재현장을 지켜본 강모(69)씨는 “소방대원들과 의료진, 시민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사상자가 많이 발생해 정말 안타깝고 슬프다”고 말했다.
밀양=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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