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남기간 시종일관 위풍당당
김정은 애인說로 전국 떠들썩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 심리도
北 미인계ㆍ체제 선전 혐오감에
과잉예우 논란 겹쳐 뒷맛 씁쓸
2030세대 反北 정서도 한몫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이 21일부터 이틀간 남한을 찾았다. 북한 예술단 공연 사전 점검을 위해서다. 하지만 관심은 온통 카메라에 비치는 ‘여성’ 현송월의 말과 표정에 쏠렸고, 정부의 예우 논란까지 겹치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청와대와 외교안보팀 기자들이 ‘현송월 신드롬’의 뒷얘기를 풀었다.
올해도 가을야구(가야)=삼지연관현악단장이면 어느 정도 ‘급’인가요.
광화문 문지기(문지기)=우리의 차관급에 해당하는 선전선동부 부부장이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확인된 정보는 아닙니다. 그런데 15일 실무접촉 때 북측 수석대표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장이 현송월에게 존칭을 쓰면서 깍듯이 대한 것을 보면 현송월이 상당히 높은 지위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삼각지 미식가(미식가)=우리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지휘자 금난새를 합친 정도가 아닐까요. 현송월은 북한이 중시하는 공연 예술을 통한 체제선전의 1인자입니다. 또 가수 출신 최초의 당 중앙위 후보위원이죠.
가야=현송월은 등장 전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았죠.
문지기=당초 점검단장에 김정은 동생 김여정이나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이 거론됐죠. 현송월은 깜짝 카드였습니다. 현송월은 북한 연예인이고, 김정은의 애인이었다는 설 때문에 더 관심을 끌었죠.
미식가=현송월이 김정은의 애인이라는 소문만으로도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명품 클러치백에 모피 목도리를 두른 현송월의 남다른 비주얼이 내내 화제를 뿌렸습니다. 예술인이라기보다 “나 평양 상류층이야”라는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던데요.
마음은 콩밭에(콩밭)=40대 중반으로 알려진 나이에 비해 어려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시종일관 위풍당당했습니다. 허리는 꼿꼿했고, 입가엔 미소를 띄웠지요. 환호하는 시민들에겐 손을 들어 화답하는 여유도 보였어요.
가야=화려한 외모와 달리 현송월은 말을 아꼈는데요.
문지기=사실 남한에 와서 한 발언이 대부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근접 취재를 못하게 했죠. 그나마 공개된 것도 개인적 소회나 호기심에 불과했습니다. “왜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많습니까”라는 말에 별다른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미식가=북한도 평창올림픽에 여러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 등으로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현송월의 언행이 남측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북측도 꽤 신경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판문점 메아리(메아리)=북한이 노린 메시지를 짐작할 만합니다. ‘도와주겠다, 하지만 너네 하는 거 봐서다.’ 뭐 이런 오만한.
가야=현송월에 대한 여론이 왜 그리 들썩인 건가요.
콩밭=현송월은 북한판 걸그룹인 모란봉 악단의 수장이죠. 연예인을 보는 호기심과 걸그룹에 대한 묘한 동경의 감정이 겹친 것 같아요. 더구나 정치적으로도 탄탄대로를 걷고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는 감정은 자연스런 심리가 아닐까요. 물론 ‘현송월이 남자여도 이랬을까’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습니다.
문지기=현송월은 애초 ‘김정은의 애인’으로 알려졌고, 2013년에는 처형당했다는 루머도 돌았죠. 그런 인물이 북한 점검단을 이끌고 내려오니 관심이 쏠릴 수밖에요. 말 한마디, 동작 하나에 김정은의 의중이 담겨있나 싶어 시시콜콜한 것까지 이슈가 됐어요.
가야=당초 20일에 오려다 돌연 하루 늦췄는데요.
미식가=파견을 중단한다고 북측이 통보하자 크게 술렁였습니다. 북한이 판을 깨는 것이냐는 관측이 무성했고, 한쪽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며 허탈해하기도 했죠. 북한의 제스처 하나에 남측이 끌려간 거죠. ‘평창 정국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겠냐’는 무언의 압박, 그게 바로 북한의 노림수였습니다.
고구마와 사이다(사이다)=북측은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고 합니다. 일각에선 김정은 애인 설이나 한반도기 입장 등에 대한 비판적 언론보도에 불만을 표시하며 ‘밀당’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북한 선수들을 더 많이 넣기 위한 전략으로 보기도 합니다.
큰기와집 더부살이(더부살이)=여태껏 북한은 회담을 취소할 때면 반드시 남측의 책임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노골적으로 요구사항을 밝혔지만 이번에는 별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단지 북한이 준비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습니다.
가야=정부의 예우를 놓고 말이 많았는데요.
콩밭=국빈급 예우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어요. 전용 KTX를 배차한 게 대표적이죠. 강릉에서 특급호텔 한 개 층을 통째로 빌린 것도 구설에 올랐죠. ‘지나친 퍼주기’라는 비판이 나온 건 당연합니다.
사이다=손님에게 숙소와 식사, 경호 등을 제공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봅니다. 우리 측도 북한을 방문하니 상호 간에 예우를 갖출 필요가 있지요. 다만 국정원 요원들이 취재진의 접근을 과도하게 막은 건 지적할 부분입니다.
미식가=과연 예우가 과도했을까요. 1박2일의 촉박한 일정에 서울과 강릉을 오가다 보니 KTX가 가장 적합했을 테고,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을 주느니 별도 열차를 운행하는 게 나았을 겁니다. 북한 2인자인 최룡해가 같은 예우를 받았다면 과도하다고 지적했을까요. 고위 정치인은 되고, 여성 ‘딴따라’는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건 아닌지.
가야=현송월에 대한 관심이 금세 싸늘하게 식었는데요.
콩밭=현송월이 올림픽의 주인공인양 행세하는 것에 대한 불만, 호화 대접을 지켜보는 불편함, 스테이크니 짬뽕이니 하며 식사 메뉴까지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것에 대한 반감이 복합된 결과일 겁니다.
문지기=북한이 뭔데 저렇게까지 해줘야 할까요. 현송월은 개관 한 달 된 강릉아트센터에서 이탈리아제 조명ㆍ음향 기기를 바꿔줄 수 있냐고 물어봤죠. ‘갑질’로도 비칠 수 있는 발언입니다.
사이다=2030세대는 북한에 대한 좋은 기억이 전혀 없어요. 같은 민족이라기보다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웃 국가에 불과하죠. 그런데도 언론이 현송월을 지나치게 띄우니까 냉소를 보낸 게 아닐까요.
더부살이=북한은 현송월을 앞세워 노골적으로 미인계를 펴는데, 정부가 칙사 대접하는 것으로 비치니 반감이 커졌습니다. 경제 사정이 열악한데도 화려한 모피 목도리에 앵클 부츠를 신고 나타난 현송월의 모습에서 체제선전을 위한 허세와 억지스러움을 느꼈겠지요.
가야=곧 북한 예술단과 응원단이 대거 올 텐데, 현송월만큼 관심을 끌까요.
메아리=북한 예술단과 응원단에 대한 관심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분단된 지 65년으로 이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 상당한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더부살이=미녀 응원단은 김정은의 체제선전을 위한 꼭두각시에 불과하죠. 또 반인권적, 반여성적입니다. 과거 향수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젊은 세대는 오히려 반감이 클 겁니다.
문지기=이번 남북 간 교류에 대한 여론은 사상 최악입니다. 북한 예술단이 기막히게 공연하면 감탄은 하겠지만, 열광하고 환호할 이유는 별로 없습니다. 북한판 소녀시대보다 오리지널 소녀시대가 더 익숙하니까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