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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발 헛디디고… 2015년 부축받고… 2018년 휠체어 ‘쇠락한 만사형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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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발 헛디디고… 2015년 부축받고… 2018년 휠체어 ‘쇠락한 만사형통’

입력
2018.01.27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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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눈 감고 입 닫은 채

건강 탓 조사 중단하고 귀가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26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약 4시간 조사를 받은 뒤 구급차를 타고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26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약 4시간 조사를 받은 뒤 구급차를 타고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MB) 전 대통령 친형 이상득(83) 전 새누리당 의원이 26일 세 번째 검찰 조사를 받았다. MB 정부에서 ‘만사형통(萬事兄通ㆍ모든 일이 MB 형을 통한다)’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이 전 의원이 검찰 청사에 들어설 때마다 쇠약해지는 모습을 보여 그의 쇠락사를 엿보는 것 같다는 말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검찰과 이 전 의원의 악연이 시작된 건 2012년 7월 3일이다. 솔로몬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서울 서초동 대검 중수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날, 그는 혼자서 걸어가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했던 이 전 의원은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7억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기소돼 징역 1년 2월을 선고 받아 2013년 9월 만기 출소했다. MB 정부 말기 현직 대통령 형으로 처음 구속기소되는 굴욕을 당했다.

2015년 불거진 포스코 비리 수사로 이 전 의원은 또 검찰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의원은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선임에 관여하는 등 포스코를 사실상 사유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2015년 10월 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 전 의원은 야윈 얼굴에 보좌진 부축을 받아 걸음을 옮겼다. “내가 왜 여기 와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던 그는 2009~2010년 포스코 최대 현안인 포항 신제강공장 건설중단 문제 해결 대가로 측근들이 소유한 협력사 3곳에 일감을 몰아주도록 해 30억원의 수익을 얻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이 전 의원을 구속 하지 않은 이유로 “80대 고령인 데다 관상동맥협착증 등 여러 질환을 앓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1ㆍ2심에서 징역 1년3개월을 선고 받았지만, 재판부 역시 그의 나이와 건강을 고려해 법정 구속하지 않았고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포스코 사건으로 검찰에 출석한 지 2년 3개월 뒤인 26일 오전 이 전 의원은 다시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섰다. 이번엔 제 발로 걷지 못했다. 구급차를 타고 검찰 청사 앞에 와서는 들것에 실려 휠체어로 갈아탄 뒤, 보좌관 부축을 받아 계단을 올랐다. 올 겨울 최강 한파에 모자와 목도리, 외투와 장갑 등으로 꽁꽁 싸맨 이 전 의원은 아무 말 없이 조사실로 향했다.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눈을 질끈 감았다. 앞서 검찰 소환 통보를 준비부족과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출석을 미뤘던 이 전 의원은 식사 도중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현직 의원 시절이던 2011년 2월 억대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국정원 직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 발각 사건으로 사퇴 압력을 받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이 전 의원에게 뒷돈을 건넨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 지시로 돈을 건넸다는 목영만 전 국정원 기조실장 진술도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본인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만 밝히고, 건강 문제로 조사를 받지 못하겠다고 주장해 검찰은 3시간여만인 오후 2시20분쯤 조사를 중단하고 그를 돌려보냈다. 그는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들것과 휠체어, 구급차를 이용해 귀가했다. 검찰은 재조사 여부와 방식 등을 검토해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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