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아파트서 수도배관 열풍기 녹이다 불붙어
30대 소방관, 아픈 몸 이끌고 1층서 15층까지
주민 20여명 대피시킨 후 소화전으로 화재 진화
경남 밀양 등 최근 겨울철 화재로 대형참사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전남 목포 한 아파트에서도 아찔한 화재사건이 발생했지만, 신속한 대처로 더 큰 피해를 막은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더욱이 화재를 예방한 사람은 다름아니라, 야간근무를 마치고 독감으로 인해 병원치료를 받고 귀가 중이던 한 소방관이 자신의 아픈 몸은 뒤로한 채 아파트 화재를 직감하고 15층 계단을 이용하며 각 세대 주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등 신속한 화재진압 활약상이 돋보였다.
26일 목포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9분쯤 목포시 상동 모 아파트 밀집지역의 한 동 15층에서 불이 났다. 불은 아파트 관리인이 플라스틱 원료도 된 얼어버린 수도배관을 열풍기로 녹이려고, 잠시 자리를 비운 시간에 배관에 불이 붙으면서 연기가 피워 올랐다.
때마침 이 아파트를 지나가던 목포 하당 119안전센터 박성오(37) 소방사가 아파트에서 퍼지는 연기를 발견하고 곧바로 현장으로 뛰어갔다. 박 소방사는 1층부터 15층까지 전 세대 현관문을 두드리며 주민 20여명을 대피시켰고, 화재층인 15층에 도착해 원내소화전을 이용, 불을 곧바로 진화했다.
임용 6개월 차 신규 소방관 박 소방사의 신속한 대처로 화재는 15층 벽 일부와 배수관만 탔으며, 인명피해는 없었다. 박 소방사는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최근 배치됐다”면서“연기가 나면서 냄새도 심해, 화재로 직감했다”고 털어났다.
박달호 목포소방서장은 “박 소방사의 신속한 대처로 더 큰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며 “최근 한파가 계속되면서 얼어버린 수도관을 열풍기로 녹이려다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따뜻한 물을 이용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당부했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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