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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동생” 말문 튼 선수들… 남북 서먹함 사르르

입력
2018.01.26 18: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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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소개하며 나이 밝혀

웃음보 터지는 등 화기애애

서로 다른 용어 정리… 전술 설명

28일부터 본격적인 합동 훈련

AB팀 나눠 최적의 조합 찾기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지난 25일 진천선수촌에서 전체 미팅을 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지난 25일 진천선수촌에서 전체 미팅을 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1991년, 역사적인 탁구 남북 단일팀 주역이었던 현정화(49) 렛츠런 탁구단 감독은 당시 북한 선수들과 얼마나 친했느냐는 질문을 숱하게 받았다.

그 때마다 그는 “나와 리분희(북한) 언니는 서로 애인이 있다는 말도 하고 그 애인이 누구인지도 말했다”고 한다. 가장 은밀한 사생활을 서로 털어놓을 정도로 가까웠다는 의미다. 올림픽 사상 첫 단일팀으로 주목 받는 남북의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도 서로 “언니” “동생”이라 부르며 마음을 활짝 열 수 있을까.

거센 반대 여론 등 진통 끝에 구성된 단일팀이라 우려가 컸지만 일단 남북 선수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세러 머리(30) 감독은 북한 선수들이 진천선수촌에 들어온 25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오후 8시께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머리 감독은 코치, 선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못 들어오게 했다. 단일팀에 워낙 많은 관심이 쏠려 있어 불필요한 이야기가 흘러나가는 걸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엄청난 주목을 받았던 거스 히딩크(72) 전 축구대표팀 감독도 정말 중요한 미팅 때는 대한축구협회장 아니라 그 이상이 온다 해도 출입을 금지할 정도로 철통 보안을 유지하곤 했다.

식사 때 양 팀 선수들은 따로 앉아 거의 말을 나누지 않았지만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어느 정도 벽을 허물었다. 북한 선수들은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했고 나이도 밝혀 한국 선수들과 언니, 동생 서열을 정리했다. 양 팀 선수들 사이에 이따금 웃음보가 터지는 등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는 후문이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머리 감독은 “남북 선수들의 조화가 생각보다 좋다”며 “북한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도 높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한국 코치들은 대표팀 전술과 시스템을 정리한 노트를 북한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또한 북한 선수 1명에 한국 선수가 2명씩 붙어 서로 다른 아이스하키 용어를 정리하고 전술을 설명해줬다.

남북 선수들은 26일까지는 따로 훈련했다.

북한 선수들은 이날 오전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뒤 오후 1시30분부터 약 두 시간 동안 빙판 훈련을 이어갔다. 머리 감독은 이를 모두 지켜보며 꼼꼼하게 체크했다. 이어 한국 선수들이 오후 3시40분부터 기존에 하던 전술 훈련을 소화했고 북한 선수들이 참관했다. 합동 훈련은 28일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 선수들을 서로 섞어 A, B팀으로 나눈 뒤 최적의 조합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북한 선수들은 도착 첫 날 식사 때는 얼굴이 다소 딱딱하게 굳어 있었지만 둘째 날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진천선수촌 식당은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선수촌 관계자는 “북한 선수 12명이 같은 시간에 밥을 먹으러 오지만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군대식으로 일렬로 앉아 먹지 않는다. 4인용과 6인용 식탁으로 가서 삼삼오오 자유롭게 식사를 한다. 어제보다 표정도 훨씬 밝아졌다”고 전했다.

북한 선수 12명의 포지션은 공격수 9명, 수비수 3명, 골리 1명으로 알려졌지만 이 중 지난 해 4월 세계선수권에서 공격수로 활약했던 진옥과 최정희가 오리엔테이션에서 자신들을 수비수라 소개했다. 수비수가 더 필요하다는 머리 감독 구상에 맞추기 위한 포지션 변경일 수 있다. 또한 머리 감독이 직접 언급했지만 오지 않은 원철순과 김농금은 세계선수권 후 은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북한 역시 올림픽을 대비해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를 선별해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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