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병원과 연결된 2층 통로
소방관들 진화로 불길 피해가
의료진도 환자 미리 대피시켜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10여m 거리의 요양병원이 불길을 피해간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10년 전 건립된 요양병원의 환자 94명은 대부분 치매와 신경계 만성 퇴행설 질환인 파킨슨, 중풍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어 화마가 덮쳤다면 세종병원을 뛰어넘는 사상자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효성의료재단 산하의 세종병원과 요양병원은 2층에 연결통로가 있었다. 화마가 이곳 연결통로를 덮칠 때까지 진화가 되지 않았다면 요양병원이 희생양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외과와 가정의학과를 두고 있는 세종병원 환자와는 달리 요양병원에는 거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70, 80대 고령 환자가 대부분인 것도 화재에 치명적이었다.
다행히 화재 직후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이 서둘러 세종병원 진화에 나서면서 요양병원에는 불이 옮겨 붙지 않았다. 요양병원 입장에서는 골든타임이 작동한 것이다.
소방관들이 진화작업과 동시에 요양병원 환자 대피작전에 나선 것도 2차 사고를 예방하는 일등공신이었다. 한 팀이 세종병원의 화마와 연기를 뚫고 생존자를 구출하는 동안 다른 팀은 요양병원 환자들을 대피시킬 수 있었다.
요양병원 의료진들도 당초에는 옥상으로 먼저 환자들을 대피시켰다 안전상태를 파악한 후 인근 병원 여러 곳으로 환자들을 분산 이송했다. 83명이 입원한 세종병원에서 사상자가 속출하는 동안 요양병원에서는 기적적으로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26일 오전 7시35분쯤 요양병원 5층에 입원해 있던 장모(78ㆍ여) 할머니도 “아침식사 후 ‘옥상으로 올라가라’는 고함 소리에 깜짝 놀라 잠시 옥상에 있다 소방관의 인도에 따라 대피했다”며 “대피하면서 환자복에 약간 그을음이 생기긴 했지만 다친 곳은 없다”고 말했다.
이곳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모셨던 손모(55ㆍ여)씨는 이날 “화재 소식을 듣고 병원에서 어머니를 찾다 바닥에 흥건한 물에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다”며 “인근 병원에서 어머니가 무사한 모습을 확인하고는 한동안 눈물만 흘렸다”고 말했다.
밀양=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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