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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동남아] 저비용 항공사 전성 시대 맞은 동남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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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동남아] 저비용 항공사 전성 시대 맞은 동남아시아

입력
2018.01.26 17: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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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역내 이동 수요 충족시키며 경제 성장 가속화

인도네시아 발리의 응우라라이 국제공항 계류장에서 저비용 항공사 에어아시아에 탑승하는 승객들 <방정환 이사 제공>
인도네시아 발리의 응우라라이 국제공항 계류장에서 저비용 항공사 에어아시아에 탑승하는 승객들 <방정환 이사 제공>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거주하는 중소 정보기술(IT) 컨설팅회사 임원 모이씨. 그는 매달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한다. 두 나라에 진출한 말레이시아 고객사들과 업무 미팅을 갖고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모이씨가 한 달에 한 번씩 두 나라를 찾을 수 있게 된 데는 저비용 항공사의 힘이 컸다. 에어아시아, 라이언에어 등의 잇따른 등장으로 쿠알라룸푸르에서 출발하는 운항 편수가 늘어나고 비용 부담도 줄어든 덕분이다. 모이씨는 “대형 항공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예전에는 잦은 항공권 구입이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비행기에 오르게 되면서 회사의 글로벌 사업에도 한층 탄력이 붙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2018년 새해의 문을 연 동남아시아의 하늘 길이 뜨겁다. 여행, 출장, 유학, 연수 등이 목적인 역내 이동 수요가 증가하면서 동남아 주요 공항들은 연일 인파로 넘쳐나고 있다. 추운 겨울을 따뜻한 동남아에서 보내려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려는 다국적 기업들의 발길까지 더해지며 인기 노선의 좌석은 일찌감치 동이 날 정도다. 몰려드는 이용객을 수용하기에 벅찬 일부 공항들이 부랴부랴 시설 확충에 나섰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 중심에는 흔히 ‘LCC(Low Cost Carrier)’로 불리는 동남아의 저비용 항공사들이 자리잡고 있다.

사실 경쟁력 있는 운임을 앞세우는 저가 항공사가 주목 받는 것은 동남아만의 현상은 아니다. 북미, 아프리카, 유럽 등에서도 저가 항공사들은 젊은 세대를 위주로 큰 호응을 얻으며 탄탄대로를 달려 왔다.

실제 항공업계에서는 좌석 수 기준 25~30%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자랑할 만큼 덩치를 키운 저가 항공사들이 기존 대형 항공사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세계 저가 항공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시아, 그 중에서도 동남아는 그 열풍이 어느 지역보다도 거세다.

국제 항공컨설팅 전문업체 아시아태평양 항공센터(Center for Asia Pacific Aviation)에 따르면 동남아에는 2017년말 기준 20곳의 저비용 항공사들이 총 690대 비행기를 운영하고 있다. 2016년말 623대 비행기를 보유했던 것에 비해 10% 가량 증가한 수치로 곧 700대 돌파도 눈 앞에 두고 있다.

선두는 단연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이다. 본사가 위치한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사실상 전용으로 사용하는 이 항공사는 90대 항공기로 아시아ㆍ태평양 및 중동의 74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영국의 항공사 평가기관 스카이트랙스로부터 9년 연속 세계 최고 저가 항공사로 선정된 것은 물론 에어아시아 엑스, 에어아시아 인도 등 자회사를 포함하면 아시아 최대 저가 항공사 그룹으로 꼽힌다.

2위는 라이언에어다. 지연 운항 및 안전 사고 논란에도 불구하고, 116대 비행기가 동남아 최대 국가 인도네시아 전역을 그물망처럼 연결하고 있다. 필리핀의 세부퍼시픽항공, 태국의 녹에어, 싱가포르의 스쿠트항공 등도 동남아를 대표하는 저가 항공사로 주가를 높여 왔다. 최근에는 기내 비키니 쇼와 기업 공개 등으로 화제를 몰고 온 베트남 최초 민영 항공사 비엣젯항공의 공격적 행보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러한 저비용 항공사 붐은 동남아의 경제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제 발전과 함께 늘어나게 마련인 도시 간, 국가 간 이동 수요를 충족시켜 줌으로써 역내 교류가 활성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도약을 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항공은 동남아 대다수 사람들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그러나 감당할 수 있는 일상의 인프라로 제공되면서 경제 전반에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물론 동남아 저가 항공사들에 장밋빛 미래만 펼쳐진 것은 아니다. 서비스 마인드 및 우수 인력부족, 대형 사고 위험 등을 둘러싼 우려는 좀체 끊이질 않는다. 여기에 저가 항공업계에 관심을 보이는 자본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치열한 경쟁도 예상된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진 동남아 중산층의 팽창에 맞춰 당분간 저비용 항공사를 찾는 발걸음은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동남아 저비용 항공사의 전성 시대가 어떻게 변모해 나갈지 자못 흥미진진하다.

방정환 아세안 비즈니스 센터 이사 / ‘왜 세계는 인도네시아에 주목하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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