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안경을 쓰고 경기에 임하는 정현(22ㆍ세계랭킹 58위)을 두고 해외 언론은 ‘교수님’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7세 때 약시 판정을 받은 그는 ‘눈에 편안한 녹색을 많이 보라’는 의사의 권유에 본격적으로 테니스 라켓을 잡았다. 테니스 지도자였던 아버지, 먼저 테니스를 시작한 형의 영향도 있었다.
운동 선수로는 드문 일이지만, 그는 안경을 쓰고 경기 하는 것에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수 차례 밝힌 바 있다. 세계 테니스 톱스타들의 경연장인 호주오픈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21ㆍ랭킹4위ㆍ독일), 노바크 조코비치(31ㆍ14위ㆍ세르비아)등을 연달아 격파한 그에게 기자들은 더 이상 ‘안경 때문에 경기력이 저하되지 않느냐’고 묻지 않는다. 경기 도중 안경을 벗고 땀을 닦은 뒤 다시 코트로 돌아가는 모습은 이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정현이 ‘교수님’이라 불리는 건 비단 외모 때문 만은 아니다. 코트 위에서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은 국내외 언론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는 부분이다. 지난해 11월 넥스트 제너레이션 남자프로테니스(ATP) 파이널스에서 우승하자 ATP 홈페이지는 “교수님이 중압감을 이겨내고 챔피언이 됐다”고 적었다. 호주오픈 대회 기간 실수 하나가 승부를 가를 수 있는 타이브레이크 상황에서 5전 전승을 거뒀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교수님’ 별명 자매품으로는 경기 도중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해서 붙은 ‘아이스맨’이 있다.
호주오픈에서 최고의 활약으로 한국 테니스 새 역사를 쓴 정현 앞에는 창창한 미래가 놓여 있다. 이번 대회에서 얻은 랭킹 포인트로 20위 권 안으로 진입할 것이 유력하다. 꿈에만 그리던 ‘톱10’도 머지 않았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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