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진 친인척에 점수 몰아줘
813등서 4등으로 최종합격
전형없던 ‘글로벌 우대’편법 동원
지난해 10월 우리은행 채용비리 사건이 불거진 뒤 시중은행들은 자체 조사 결과 채용 비리는 전혀 없다고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그러나 당국이 직접 검사해본 결과 은행 임원이 자신의 자녀 면접에 직접 면접위원으로 참가하는 등 채용비리 정황이 무려 22건이나 적발됐다.
26일 금감원에 따르면 A은행과 B은행은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 중 사외이사ㆍ임직원ㆍ거래처의 자녀나 지인의 명단을 별도로 관리했다. 실제로 A은행은 전 사외이사 자녀가 서류전형에서 공동 최하위로 동점자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서류전형 합격자수를 늘려 통과시킨 뒤 최종 합격시켰다. 또 최고경영진의 친인척은 서류(840명 중 813등) 실무면접(300명 중 273등) 등에서 하위권에 머무르자, 임직원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몰아 줘 최종 합격자 120명 중 4등으로 합격했다.
B은행도 필기ㆍ1차면접 등에서 최하위권으로 처져 탈락 위기에 처한 사외이사의 지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전형공고에 없던 ‘글로벌 우대’ 사유를 추가하는 편법을 동원한 데 이어 면접 점수까지 조정했다. 이 은행은 특히 불합격 대상인 명문대 출신 지원자 7명에 대해서도 면접 점수를 임의로 조정, 합격시켰다. 이 때문에 다른 대학 출신 7명은 합격 대상이었는데도 입사할 수 없었다.
C은행은 인사 담당 임원이 자녀의 면접 전형에 직접 참여했다. 이 자녀는 고득점으로 합격했다. D은행은 비공식적 사전 면담을 통해 정치권 인사의 자녀라는 가족관계 정보를 면접위원에게 미리 전달하기도 했다. 계열사 사장, 현직 지점장, 최고경영진과 가까운 직원의 자녀 등은 합격기준에 미달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추가 점수를 줘 최종 합격시켰다.
채용 절차 운영상 문제도 많았다. 한 은행은 내규에 공개채용 필기시험 시 임직원 자녀에게 15% 가산점을 부여했다. 채용절차가 진행되는 중 공고에 없던 임의 기준을 만드는 등 공정성 시비를 자초한 은행도 4곳이나 됐다.
금감원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은행과 공공기관 채용실태 점검대상인 산업ㆍ기업ㆍ수출입은행, 외국계 은행인 씨티ㆍSC제일은행을 제외한 11개 은행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채용비리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수사기관에 이첩하고 미흡한 운영상 문제 등은 개선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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