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살인죄 적용해 검찰 송치
생후 8개월 된 아들을 때리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30대 친모가 아들이 숨진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다른 아이를 입양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경찰청 여청수사계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홍모(39ㆍ여)씨를 25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당초 홍씨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했으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죄명을 변경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범행 당시 사망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을 경우 인정된다.
홍씨는 지난 1일 오전 11시 30분쯤 생후 8개월 된 아들 A(1)군이 침대에서 떨어져 울자 손으로 얼굴, 머리 등을 약 15분간 때리고 머리를 붙잡아 벽에 2차례 부딪히게 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군은 폭행을 당한 뒤 가뿐 숨을 몰아 쉬는 상태서 약 1시간 동안 방치되다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홍씨는 지난해 12월 하순부터 A군이 침대에서 떨어져 울며 힘들게 한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홍씨는 숨진 A군 시신을 이틀간 안방 침대에 뒀다가 이불로 감싸 여행용 가방에 넣어 아파트 베란다에 12일간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별다른 직업 없이 기초생활수급비 등 매달 100여만원의 정부지원금으로 생활해온 홍씨는 한달에 한번 집을 찾는 사회복지사 눈을 피하려 숨진 아들 또래 아이를 입양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홍씨는 인터넷에서 ‘개인 입양’을 검색해 찾은 입양 관련 게시판 글에 ‘입양을 원한다’는 댓글을 달고 글쓴이와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연락도 주고 받았으나 실제 입양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앞서 경찰 조사에서 “동거남과 사이에서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태어나서 아들이 미웠고 울 때마다 짜증나고 화가 나 범행했다”고 진술했던 홍씨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홍씨가 아들 시신을 숨긴 여행용 가방에서 냄새가 나지 않도록 시신을 감싼 이불을 바꾸거나 나프탈렌 등을 사다가 가방에 넣어두는 등 적극적으로 시신을 숨겼다고 보고 사체유기죄도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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