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대적 한족 이주 정책 더해
“분열주의 막는다” 장벽 계획 밝혀
위구르족 독립ㆍ이슬람 테러 우려
‘내부 통제 강화’ 은유 해석하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중국이 추종하는 정책이 생겼다. 바로 ‘국경장벽’이다. 중국 정부가 이슬람 국가들과의 접경지역이자 ‘중국의 화약고’로 불리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외곽에 장성(長城ㆍ만리장성) 건설을 추진키로 했다. 실제 국경장벽 건설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위구르족의 분리ㆍ독립운동을 겨냥한 강경조치를 예고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25일 신장위구르자치구가 올해 국외의 극단 분열주의와 테러세력 침투를 막기 위해 변경 관리ㆍ통제를 강화키로 하고 그 일환으로 5,700㎞ 국경에 장성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쉐커라이디 짜커얼 신장자치구 주석은 지역 인민대표대회 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통해 “사회보장 관리에서 어떤 공백이나 허점도 없이 핵심영역에서 절대적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국경지역의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점지구와 변경지대의 안전 보장과 인터넷 관리를 강화함으로써 사회 안정을 유지하고 과학기술 운용을 통해 일선 변방 관리를 강화하고 도로를 비롯한 변경지구의 인프라시설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북서부의 신장자치구는 과거 돌궐족ㆍ흉노족으로 불린 위구르족 거주지로 파키스탄ㆍ아프카니스탄ㆍ타지키스탄ㆍ키르기스스탄 등 이슬람 국가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들 국가의 과격 이슬람 테러분자들이 국경을 넘어와 테러를 자행하거나 위구르족의 분리ㆍ독립운동을 부추기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이 외부 위협을 받게 될 경우 가장 약한 고리로 꼽힌다.
실제 무슬림이 많은 위구르족은 역사적 배경과 살아온 문화가 중국의 주류와는 사뭇 다르다. 1759년 청나라에 편입된 뒤 42차례의 크고 작은 독립운동을 전개했고 1860년대에는 영국ㆍ러시아 등 열강으로부터 독립국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1949년 중국의 자치구로 편입된 후에도 망명정부까지 세워가며 분리ㆍ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영토의 6분의1을 차지하고 석유ㆍ석탄ㆍ천연가스 등이 풍부한 신장지역을 통제ㆍ관리하기 위해 대대적인 한족 이주정책을 펴왔다. 특히 1,100만명 모든 위구르족을 잠재적 테러 용의자로 간주해 주민들의 유전자를 수집하고 모든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설치하는가 하면 기차역과 터미널 등지에 안면인식시스템까지 구축했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는 미국이 멕시코와의 국경에 세우려는 장벽(3,144㎞)보다 훨씬 긴 국경장벽을 세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잠재 수단 중 하나가 대만과 신장 및 시짱(西藏ㆍ티베트)자치구 독립 지원이라는 점에서 볼 때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
물론 신장자치구 정부가 언급한 장성이 은유적 표현일 수 있다. 외부 테러세력에 맞서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뿐 큰 돈 들여 사막에 장벽을 건설하려는 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해 3월 이 지역 대표단과 만나 “조국통일과 민족단결, 사회안정 유지를 위한 ‘강철 장성’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도 물리적 장벽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해석이 많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신장자치구의 움직임에 극히 민감하다는 점에서 국경장벽 추진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듯하다. 이 경우 춘추전국시대에 여러 나라가 총 6,000여㎞에 걸쳐 건설한 만리장성과 비견되는, ‘21세기 만리장성’이 서부지역에 들어설 수도 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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