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당 “대선후보는 룰라” 불복종 장외투쟁 선언
룰라 탈락 가능성 높아지며 시장 폭발
증시 사상 최고치, 헤알화 강세
‘룰라의 운명이 칼끝 위에 섰다.’(BBC)
뇌물수수와 자금세탁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2) 전 브라질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2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10월7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레이스에서 줄곧 지지율 선두를 유지하던 룰라 전 대통령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브라질 정국은 시계 제로의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2년 만의 좌파 정당 재집권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금융시장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시 지역 연방법원은 이날 재판부 전원 일치(3명)로 부패행위와 돈세탁 등 혐의를 적용해 룰라 전 대통령에게 징역 12년1개월을 선고했다. 지난해 7월 1심 재판 당시 징역 9년6개월보다도 형량이 늘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2009년 브라질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와의 계약 체결을 도와주는 대가로 건설사로부터 370만헤알(약 13억원)과 호화 아파트를 뇌물로 받은 혐의다.
룰라 전 대통령은 2심 판결 직후 “만델라 대통령은 감옥에 갔다 와서 다시 대통령이 됐다”며 대권 재도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브라질 선거법상 유죄선고를 받으면 출마할 수 없는데, 룰라 측은 대통령 후보 등록 마감일인 8월15일 전에 연방 대법원 상고 및 선거 법원에 후보자 지위 확인 소송 등을 제기해 법정 투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룰라의 브라질 노동당(PT)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룰라 이외 다른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룰라가 후보가 되건 우리가 거리로 나가건 우리는 브라질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지자들에게 장외 투쟁을 촉구했다.
2003~2011년 재임하며 브라질 경제 최호황기를 이끈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28~43%로 안정적 선두를 유지해 왔다. 만약 룰라 전 대통령이 출마하지 않은 상태로 대선이 치러질 경우 대선 정당성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조희문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브라질 변호사)는 “노동자당과 룰라 측은 장외 투쟁을 하겠지만 정치적 고려를 않는 브라질 법원의 성향 상 룰라의 출마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브라질 금융시장은 룰라 전 대통령 2심 재판 결과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는 3.72% 오른 8만3,680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보베스파 지수가 8만3,000포인트를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미국 달러화 대비 헤알화 가치는 2.44% 오르며 달러당 3.159헤알에 마감됐다. 이날 상승 폭은 최근 3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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