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기소
폭행으로 갈비뼈 3개 부러진 뒤
이튿날 결국 호흡곤란 사망

애초부터 그들에게 ‘자식사랑’이란 것은 없었다. 어린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해 놓고도 그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기 급급했다. 고준희(5)양을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25일 구속 기소된 친부 고모(36)와 동거녀 이모(35)씨. 그들은 재판에 넘겨지는 순간까지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김명수)는 이날 준희양 학대치사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씨와 동거녀 이씨에 대한 통합 심리행동분석 결과, 준희양에 대한 각별한 정서나 애착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고씨와 이씨가 수사과정에서 준희양 사망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했고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실제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의 비정함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고씨는 선천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고 있는 준희양에 대한 치료를 중단하고 방치했다. 지난해 4월 초에는 준희양의 오른쪽 발목을 수 차례 밟아 종아리와 허벅지까지 검게 부어 오르게 했다. 사달은 같은 달 25일 벌어졌다. 이날 0시30분쯤 야간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고씨는 거실에서 걷지도 못하는 준희양의 등과 옆구리를 수차례 발로 차고 짓밟았다. 준희양이 잠을 자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이씨도 고씨의 폭행에 적극 가담했다. 거실에 쓰러져 있는 준희양을 작은방 바닥에 내팽개치고 발로 등을 밟았다. 이들의 폭행으로 준희양은 갈비뼈 3개가 부러졌지만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됐고, 결국 이튿날인 26일 오전 호흡곤란과 흉복부 손상 등으로 숨졌다. 검찰은 준희양 사망 시각을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로 확정했다.
고씨 등의 악행은 준희양 사망 이후에도 계속됐다. 이들은 준희양이 사망하자 시신 유기를 공모한 뒤 다음 날인 27일 오전 2시쯤 조부모의 묘가 있는 군산시 내초동의 한 야산에 준희양의 시신을 암매장했다. 고씨 등은 지난해 12월 8일 준희양 머리카락을 방 안에 뿌린 뒤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하는 등 범행을 철저히 은폐하려 했다.
준희양은 장애가 있는 것으로 세간에 알려졌으나 사시(斜視)나 자폐증은 없었다. 검찰은 “준희양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아 또래보다 발달이 늦을 뿐이지 체중도 다섯 살 여아 수준으로 정상이었고, 친부와 내연녀의 악독한 행위로 인해 준희양이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친아버지 고씨와 내연녀 이씨에 대해 아동학대치사와 사체유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회보장급여의 이용ㆍ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고씨와 공모해 사체를 유기하고 허위 실종신고에 가담한 이씨의 모친 김모(61)씨에 대해서도 사체유기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함께 기소했다.
전주=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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