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요청에 참석 미리 결정하고
‘한국정부 견제’ 치밀하게 준비
도쿄에 독도 영유권 시설도 개설
펜스도 방한 전에 日 먼저 들러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결렬될 것을 두려워 말고 시정을 요구할 것은 하라”(요미우리신문 사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전격 결정했지만 한국으로서는 마냥 반길 수 없는 쪽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의 방한이 축하보다는 문 대통령 견제에 있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창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공조해 한국에 부담되는 행보를 보이려는 일본과 이를 희석시키려는 한국 사이에 치열한 ‘수 싸움’마저 예상된다.
아베 총리의 평창 관련 입장 선회가 사전에 치밀하게 진행된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 과정에는 일본이 거부할 수 없는 미국의 방한 요청도 작용했다.
25일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방한 결정은 사실상 지난 12일 정해졌다. 문 대통령의 위안부 관련 발표로 일본 여론이 들끓던 시기였지만, 미국에서 ‘대북관계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함께 확인하자’는 제의가 왔다. 아베 총리는 12일 유럽순방을 떠나면서 방한 결정을 내리고, 측근들에게 여건 조성 준비를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이후 자민당 주변에서 ‘평창 행’ 주문이 부쩍 늘었다. 요미우리는 “아베 총리가 측근 의원에게 (반대)목소리를 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내 비판에도 대국적으로 결단했다는 모양새를 갖춰, 한국에 외교적 생색을 내려 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발표 방식에도 한국 정부 견제 의도가 다분하다. 외무성은 24일 오전 6시30분쯤에서야 한국에 알렸는데, 언론 보도로 일본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던 시점이었다. 외교의례에서 벗어난 ‘사후통보’는 한국 정부가 ‘아베가 머리를 조아렸다’는 식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전략적 조치였다.
이런 경과를 감안하면 아베 총리는 평창에서 펜스 부통령과 공조해 문 대통령에 대한 협공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도쿄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시설 개소식을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펜스 부통령이 평창에 앞서 일본에 들러 아베 총리와 만나는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일본에서는 아베 총리가 방한 기간 열릴 수 있는 한일 정상회담 또는 한미일 3자 회담에서 소녀상 철거문제까지 거론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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