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트너 부부의 여행
지뷜레 페트 글ㆍ사진
클 발행ㆍ120쪽ㆍ1만7,800원
아내가 치매에 걸렸다. 잊는 게 늘어나더니 말하는 법을 잊었다. 아내와의 대화는 간단한 메모로 했다. 쉽진 않았다. 간단한 단어로 만든 짧은 문장이지만, 때론 메모라기보다 기괴한 낙서에 가까웠다. 모처럼 제대로 쓸 때도 있다. 그럴 때도 집에 있는데 “집에 가고 싶어”라고 쓰는 식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내 곁에 있어줘”라고 세 번 연속, 비교적 또박또박 같은 문장을 쓰기도 했다. 그런 아내를 위해 남편은 요양전문가를 들이지 않고 자신이 돌봤다. 그리고 캠핑여행을 준비했다. 생애 마지막 여행이라 여겼으리라. 1년여 동안 아내를 돌보며 폴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북유럽 발트해 인근 국가들을 돌아 다녔다. 책은 그 여정을 기록한 사진집이다. 아주 슬프다거나, 반대로 아주 멋지다거나 하는 식의 극적인 장면은 없다. 소소한 일상들이다. 인생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을, 그 작은 이야기들이 편안하다. 여행 뒤 아내는 세상을 떠났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