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다귀’는 ‘뼈의 낱개’를 이르는 말이면서, ‘뼈’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국어사전에서 ‘뼈다귀’를 이처럼 두 개의 뜻으로 풀이한 것은 ‘뼈다귀’가 주로 동물의 뼈를 이르는 말로 쓰이기 때문이다. ‘닭 뼈다귀, 돼지 뼈다귀, 소 뼈다귀’ 등과 같은 표현은 자연스러워도 ‘사람 뼈다귀’란 표현을 어색하게 느끼는 건 이 때문이다. 다만 “그 아인 너무 말라서 뼈다귀만 남은 거 같다.”에서처럼 사람에 대해 말하는 상황에서 ‘뼈다귀’를 쓸 때가 간혹 있는데, 이 경우가 바로 뼈를 낮잡아 이르는 예인 것이다.
실제 언어생활에서 ‘뼈다귀’는 ‘뼈다구, 뼉다구, 뼉다귀’ 등 다양한 형태로 쓰인다. 그러나 우리말 규범상 ‘뼈다귀’만 표준어로 인정받고 나머지 형태들은 모두 방언으로 취급된다. 그런데 문제는 사용 영역에 따라 낱말의 형태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즉 ‘뼈의 낱개’란 뜻으로 쓰일 때보다 '뼈를 낮잡아 이르는 말'로 쓰일 때 '뼈다구, 뼉다구, 뼉다귀' 등 비표준어의 사용빈도가 높아진다. 아무래도 비속어를 쓰는 상황에서는 표준어를 써야 한다는 의식이 희미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건 또 어디서 굴러먹다 온 개뼈다귀야?”에서처럼 ‘개뼈다귀’를 ‘별 볼 일 없으면서 끼어드는 사람을 경멸하는 태도로 속되게 이르는 말’로 쓰는 상황에선 비표준어를 사용하는 빈도가 더 높아진다. 웹 검색을 해 보면 위와 유사한 문장에선 ‘개뼉다구’나 ‘개뼉다귀’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임을 확인할 수 있다.
실상이 이렇다면 사용 영역에 따라 낱말의 형태가 달라지는 양상을 국어사전에 반영할 필요가 있겠다. 국어사전의 수준은 낱말의 사용 환경과 맥락을 얼마나 정교하게 구분해 설명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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