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당국자 “지금이 북미 대화 가장 좋은 때”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북한이 일정 기간 추가 도발하지 않으면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입장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24일 밝혔다. 북한이 대화에 나오려면 미국이 준비가 된 지금 나오는 게 가장 좋다는 뜻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강경한 정부가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대화) 재개 조건 자체는 낮아졌다”며 “레토릭은 강하지만 조건을 보면 틸러슨 장관이 ‘(북한이) 어느 정도 추가 도발하지 않으면 대화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고, 최근 트럼프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렇게 얘기한 적이 과거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미국에 가서 물어보니 여전히 그게 유효하다고 한다”면서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틸러슨 장관이) ‘날씨 이야기도 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모여서 (북한의) 우려가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 협의할지 모든 것을 다 얘기해보자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면 갈수록 반대도 있을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을 바꿀 수도 있으니 지금 (북한이 대화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한에는 지금이 (북미 대화에)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대화) 조건을 걸고 어렵게 하던 미국이 일단 만나서 대화하자고 하니, 이때 만나서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라며 “지금이 (대화의) 타이밍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우리가) 북한에 이 메시지를 넣든, 1.5트랙(반관반민)에서 얘기하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 미국은 이미 북한에 손을 내민 상태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9월 “60일 이상 도발하지 않고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는 것을 직접 밝히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일명 ‘틸러슨 플랜’을 북한에 제안한 바 있다.
이 당국자는 북미 대화 형식으로 비핵화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어떻게든 한국의 대화 참여는 보장된다고 장담했다. 그는 “우리 참여가 보장되고, 내용과 형식 면에서 (우리가) 그 일부가 돼야 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방법론적으로는 (한국이 참여하는 대화가) 연이어서 우리가 같이 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협상을 시작한다고 해서 제재 체제(의 문턱)를 낮추는 건 아니다”라며 “제재는 (협상) 동력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제재를 하면서 북핵 개발 속도를 늦췄다”고 평가한 뒤 “지금부터 대화는 과거 제재만큼이나 북한 핵 개발 속도를 늦추는데 효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 마식령스키장 남북 공동훈련과 금강산에서 이뤄지는 전야제 성격 합동문화행사의 제재 위반 소지 논란에 대해서도 “관련국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유엔 제재위원회와 협의를 해서 거기서 ‘예스’나 ‘노’ 하는 걸 보겠다”고 했다. 북한의 지원 요구 수용을 우리가 독단적으로 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의논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요구 사항을 받으면 제재 체제에 어긋나는지 아닌지 보는데, 아직 그런 식의 무리한 요구는 없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서는 정부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 당국자는 “비핵화는 궁극적인 목표이고 흔들리지 않는다”며 “중요한 건 동결만 하는 게 아니라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뒤(비핵화)까지 가야 한다는 것인 만큼 우리는 계속 대화를 하면서 궁극적으로 그쪽(비핵화)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핵 문제 6자 회담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우선시하는 건 미국과의 대화”라면서도 “이후 단계적으로 넓혀나가며 그 다음 6자 회담을 열면 된다”고 했다. 지금은 일단 북한을 대화로 나오게 하는 게 급선무인 만큼 거기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평창올림픽으로) 계기는 마련됐다”며 “평창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긴장 완화 신호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여기 와서 있는 동안에는 도발하기 힘들다”며 “일단 긴장이 완화되면 대화할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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