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 내려오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어떤 내용과 수준의 공연을 보여줄지도 관심이다.
북한이 예술단 파견을 각별히 챙기는 것으로 보아, 이번 공연을 통해 체제 역량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24일 “전쟁의 정반대 행위가 예술이라는 통념을 이용해 핵ㆍ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위험한 국가라는 국제사회 인식을 차제에 일신하고 더불어 북한에 우호적이지 않은 남측 여론까지 틀어보겠다는 게 북측 계산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연은 정치색을 드러내기보다 예술적 기량을 과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거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최악 상태인 대북 감정을 건드려 거부감을 키울 필요가 없다고 북한도 판단했으리라는 것이다. 그 기저엔 예술성으로만 승부해도 선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이 강조하는 건 ‘수준’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친위 악단으로 통하는 모란봉악단의 출범 초기인 2012년 7월 노동신문은 “다른 나라 것도 좋은 것은 받아들여 우리 음악 예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 공연 예술의 수준은 상상 이상이라는 게 탈북민과 북한 문화 연구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숙련도는 기본이다. 당이 관리하는 중앙 예술단체의 경우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육성된 자원을 엄선해 계속 훈련시키는 데다 인원이나 악기 규모도 남측 단체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 공연의 시각적 형식미도 출중하다. 북한 방송을 통해 공개된 오케스트라 연주 모습은 대오가 정연한 군사 퍼레이드나 군무를 연상하게 할 정도다. 특히 앉은키가 엇비슷한 여성 관현악단 바이올린 연주자 40여명이 한 사람처럼 활을 내려긋는 장면은 장관이다. 개성도 강하다. 탈북 가수 한옥정씨는 “남한은 미국의 영향을 받아 전통을 많이 잃지 않았느냐는 의미에서 때묻지 않은 민족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곡도 준비해올 것”이라고 했다.
삼지연관현악단은 아직 베일에 가려 있지만 연주, 춤, 노래가 섞인 종합 공연을 펼칠 공산이 크다. 어쩌면 선전 효과는 예상보다 클지도 모른다. 탈북민인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못사는 나라라고만 여기다 직접 북한의 문화 수준을 경험하면 ‘와, 대단하다’는 탄성이 나올 것”이라며 “문화의 힘은 엄청나다. 무의식적으로 북한 체제에 빠져들 수 있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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