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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대기업에선 은근한 차별, 중소기업선 노골적 차별

입력
2018.01.25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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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새 비정규직 29% 증가

경력단절 뒤 재취업 과정서 발생

저임금ㆍ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려

‘설명 안되는 이유’로 임금 격차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좋은 대학 나와 대기업에 들어갔던 여대생이든, 고교 졸업 후 바로 공장에 취업했던 여고생이든 10여년 후엔 다 대형마트 계산원으로 재회한답디다.”

국내 대기업 12년 차 과장 이미선(가명ㆍ38)씨는 남성 후배들이 대부분 차장이 됐지만 자신은 3년째 진급 심사에서 탈락하는 ‘무언의 퇴사압박’을 받는다면서 이같이 한탄했다. 이씨는 “한번도 낙오 없이 과장까지 달았는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쓴 후엔 매번 (승진에서) 미끄러진다”고 털어놨다. 입사 때까지만 해도 많던 여성 동기들도 10년 전후로 대부분이 회사를 그만두고 주부가 되거나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서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대놓고 인사고과를 낮게 주더라”면서 “그래도 우리 세대는 여자라고 차별 받는 것 모르고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아이 낳고 일을 계속하니 사회엔 남녀차별이 여전하단 걸 실감했다”고 했다.

2006년과 2016년, 10년 동안 사회로 진출하는 여성들은 늘었지만 ‘꿈 많던’ 여성들의 일자리는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1차 노동시장이 여성들을 승진과 교육, 배치 등에서의 은근한 차별로 저임금에 고용불안정이라는 노골적 차별이 존재하는 중소ㆍ영세기업의 2차 노동시장으로 내모는 ‘이중차별’의 결과다.

24일 한국고용정보원의 ‘여성 노동시장 취약계층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에 비해 2016년 전체 취업자 중 여성의 비율은 41.7%에서 42.5%로 다소 늘었으나, 대부분이 저임금 비정규직에 종사하면서 근로환경은 악화됐다. 남성 비정규직 근로자는 10년간 7.4%(20만1,000명) 늘어난 반면 여성은 4배 가까운 28.6%(78만6,000명)가 증가했다. 특히 이들 대다수는 50~64세의 중고령층이었다. 다른 세대에선 남녀를 불문하고 비정규직이 감소한 반면, 중고령층의 여성 비정규직은 56만2,000명이나 늘었다. 임금 수준으로도 2006년과 2016년 사이 증가한 여성 근로자 217만6,000명 중 13.7%는 1분위(하위10%), 13.9%는 2분위 등 대부분이 저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10분위(상위10%)는 고작 5.4%에 그쳤다.

보고서는 여성 저임금 비정규직 근로자의 증가가 경력단절 후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력단절의 배경에는 1차 노동시장에서의 은근한 차별이 있었다. 실제로 성별 임금 격차는 300명 이상의 사업체가 38.1%로 300명 미만 사업체(40.9%)보다 좁았지만, 그 중 ‘설명되지 않는 차이’로 인한 경우는 28.9%포인트로 소규모 기업(24.9%포인트)보다 오히려 많았다. 대기업에서 근속연수나 교육 수준, 정규직 여부 등 합리적인 요인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남녀 간 임금 차이가 심했다는 의미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정아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대기업 내부의 은근한 차별인 ‘유리천장’의 존재와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리천장에 막혀 2차 노동시장으로 이동한 여성들은 이번엔 노골적인 차별에 시달린다. 출산 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방의 중소기업에 재취업한 이모(30)씨는 “사장이 아이를 기르기 힘들 것 같으니 ‘칼퇴근’을 시켜주는 대신 임금을 남성직원의 80%만 주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시간 자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과 함께 여성의 경력단절을 방지하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연구위원은 “여성, 특히 중고령자는 기존의 일자리 경험과는 무관한 저임금과 불안정성이 존재하는 일자리로 내몰리면서 고충을 겪는다”면서 “최고의 정책은 경력단절을 방지하는 정책으로 현재 시행 중인 모성보호 정책의 접근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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