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앤드루 매케이브 연방수사국(FBI) 당시 국장대행과의 면담에서 “2016년 대선 때 누구에게 투표했나”라고 물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직 대통령이 고위 공무원의 정치성향을 추궁한 셈인데, 트럼프 대통령 측과 러시아 정부의 내통 의혹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당시 대화에 깊은 관심을 두고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한 이날 WP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5월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전격 해임한 직후, 매케이브 국장대행을 백악관으로 불러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현재 FBI 부국장인 매케이브는 이에 “투표하지 않았다”고 일단 답하긴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불쾌감을 느낀 사실을 추후 사석에서 토로했다고 한 관리가 WP에 말했다. 이날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또, 2015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매케이브의 부인인 질 매케이브가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 힐러리 클린턴 진영에서 70만달러를 받은 점에 대해서도 불평을 늘어왔다고 WP는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후 매케이브와 ‘2차 면담’도 가졌다. 공석 상태에 있는 FBI 국장의 차기 내정자 선임을 위한 인터뷰 성격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 면담을 금세 끝낸 뒤, 매케이브를 FBI 국장에 지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차기 국장에는 현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이 지명됐고, 매케이브는 부국장 자리를 유지했다. WP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부터 매케이브의 정치 성향을 주목했지만, 코미 해임 이후 주변 조언에 따라 국장 대행을 시켰을 뿐이라면서 “더 나은 선택지가 당장 없었기 때문”이라는 한 소식통의 설명을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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