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정현에게 푹 빠졌다. 김연아로 인해 피겨스케이팅이 인기스포츠 반열에 올랐듯, 정현의 호주오픈 깜짝 활약에 힘입어 테니스 종목 자체가 국민적 관심 대상으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정현과 테니스 샌드그렌의 호주오픈 준준결승 경기가 열린 24일, 점심식사를 잊은 직장인들은 삼삼오오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았다.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중인 시민들도 휴대폰 중계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직장인 박정윤(24)씨는 “많은 동료들이 오늘 점심 약속을 미루거나 취소하고 경기를 지켜봤다”며 “정현의 3-0 완승이 결정되는 순간 모두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나의 승리를 계기로 한국에 테니스 붐이 일어나기를 바란다”는 정현의 바람은 이미 현실이 됐다.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전례 없이 폭증한 것. 이날 오후 1시55분 기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 1~10위가 테니스로 도배됐고, 각종 커뮤니티에는 ‘테니스 규칙’, ‘테니스 부상 피하는 법’ 등의 관련 팁이 대거 올라오기도 했다. 테니스 동호회 회원인 직장인 김일환(46)씨는 “오랜만에 온 국민이 행복을 만끽하는 것 같다”면서 “테니스를 모르던 지인들도 패싱 등 전문용어를 언급하며 훈수를 두는 걸 보니 다들 이 종목 매력에 푹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테니스를 직접 배워보겠다는 사람도 자연스레 늘었다. 테니스 강습소 청담에이원아카데미 관계자는 “3일 전부터 회원 등록과 문의 전화가 급증했다”며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홍보를 확대하려 한다”고 밝혔다. 조성규 전북도 테니스협회 사무국장도 “테니스를 잘 모르던 사람들의 동호회 가입 신청이 폭주하고 있다”고 행복한 고민을 털어놨다.
‘정현 매직’으로 관련 업계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최근 1주일 동안 테니스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테니스화, 테니스 장갑 등 경기용품의 매출 상승률이 83%로 가장 높았고, 테니스 가방(34%), 테니스라켓(7%)을 새로 구입하는 사람도 늘었다. 이번 대회에서 정현에게 유니폼을 협찬한 라코스테, 나이키 제품도 품절행진을 기록하며 ‘정현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한 스포츠용품 업체 관계자는 “정현 경기를 보고 대다수 업체가 마케팅 이벤트 준비에 착수했다”며 “당분간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박주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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