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의 학교법인 경안학원이 신학기를 앞두고 산하 4개 학교에 근무하는 기간제 교사 전원에게 일괄 해임을 통보하면서 정상적인 학사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24일 경안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5일 7회 임시이사회에서 경안중ㆍ고와 경안여중ㆍ고 등 4개 학교에 근무중인 기간제 계약직 교사 44명에 대한 해임을 결정했다. 최근 당사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이들 4개교 교장들은 2018년도 신규 기간제 교사 모집을 위해 해당 교과 교사자격증 소유자 및 교육공무원 임용에 결격사유가 없는 자를 대상으로 경안중 6명, 경안여중 9명, 경안고 10명, 경안여고 11명 등 총 36명의 기간제 교사 모집 공고를 냈다.
이들 학교들은 인사위원회를 거친 후 학교장 2배수 추천자까지 확정했고, 경북교육청에 9명의 정규직 신규 교사 위탁모집도 의뢰했다.
해임된 기간제 교사 A씨는 “매년 신학기가 돌아오면 재임용을 위해 교장 등 윗사람의 눈치를 살피느라 노심초사 했는데 이번에는 기간제 교사들의 수업지도 능력이나 학원생활지도 등 평가내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임시이사들이 원칙과 기준도 없이 이사회를 통해 일괄 해임시켰다”며 납득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기간제 교사 B씨는 “학교별로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응시자들의 서류심사와 면접을 마치고 2배수로 법인이사회에 추천하면서 학교장의 권한만 엄청 늘어났다”며 “기간제 교사를 일괄 해임 처분하는 것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도 역행하는 처사로 청와대에 기간제 교사에게 적용되는 일방적 계약해지 조항을 삭제시켜 줄 것을 청원할 계획”이라고 불만을 토로 했다.
현행지침상 학교는 기간제 교사에게 30일전 해직통보만 하면 된다. 문제는 신학기 신임 교사가 대거 교단에 오르면 수업과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가능할 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법인 관계자는 “임시이사 파견 후 기간제 교사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힘들어 일괄 해임한 후 학교별로 다시 응시토록 했다”며 “학교장이 2배수 추천해 이사회에 올리면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당국이 제대로 내부평가를 먼저 거치지 않고 일괄해임 후 재평가해서 임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에다 ‘줄 세우기’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에 대해서는 교육청이 관여할 수 없으며 학사운영 등에 대한 일부 협의만 하고 있어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안학원이 기간제 교사를 신규모집한 결과 교사 1명을 뽑는 A여고 국어과목에는 35명, 3명을 뽑는 수학과목에는 30여명이 원서를 내는 등 대규모 취업난을 보여주고 있다.
권정식기자 kwonjs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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