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진행된 평창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 결단식에는 선수와 임원, 관계자 등 150명이 참석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활기차야 할 결단식 분위기는 다소 무거웠다. 최근 각 종목에 걸쳐 경기 외적인 돌발 변수와 대형 악재들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것으로 확정됐지만 여전히 팀 조직력 등 우려의 시선이 많다. 또한 여자 쇼트트랙 주장 심석희(21)가 코치에게 폭행을 당해 선수촌을 이탈했다가 복귀한 데 이어 대한빙상연맹의 행정 착오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노선영(29)은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없게 됐다.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 표정은 생각보다 밝았다. 행사 전 서로 대화를 나누며 간간이 미소를 지었다. 김세진과 한도희는 “북한이랑 해봤는데(지난 해 4월 강릉 세계계선수권 남북전) 잘 못하더라. 걱정이 많다”면서도 “시간이 없는데 앞으로 잘 할 수밖에 없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몰리자 대한체육회가 인터뷰를 통제하는 바람에 더 이상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초청 인사들은 단일팀에 대한 거센 반대 여론을 의식한 듯 한껏 몸을 낮췄다.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당연하게 아니다. 평화올림픽을 위해 출전 시간을 양보한 우리 선수를 기억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여자 아이스하키는 메달권이 아니다“는 취지의 말로 구설에 올랐던 이낙연 국무총리도 ”앞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헤아리겠다. 여자 아이스하키를 포함해 동계스포츠의 실업팀 창단 등을 위해 노력 하겠다“고 약속했다.

폭행 파문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심석희도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초대가수 축하공연에 환호하는 등 충격에서 벗어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인터뷰는 거절했고 대신 취재진 앞에 선 김선태 쇼트트랙 감독이 “100%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심석희가 안정을 찾았고 정상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주장으로 책임감이 강한 선수라 이 일로 팀에 영향을 끼치기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확한 사건 경위를 묻자 그는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다. 이해를 부탁한다. 나중에 소상히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조만간 스포츠공정위원회(상벌위)를 열어 후속 징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 중간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15개 세부종목 217여 명의 선수와 경기임원, 본부임원을 모두 소개하는 순서가 있었다. 올림픽 개막을 불과 보름 앞두고 ‘출전 불가’ 날벼락을 맞은 노선영의 사진과 이름이 모두 빠져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국 선수단은 종목별로 2월 1일부터 강원도 강릉과 평창에 마련된 올림픽 선수촌에 입촌한다. 공식 입촌식은 개막 하루 전인 2월 8일 평창 올림픽 선수촌 국기 광장에서 열린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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