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 재학생, 전년보다 100여명 줄어
함평중 전학생 맞을 준비 부족
함평교육청 역할 미흡 혼란 부추겨
교복무상지원 등 낭설도 나돌아
“교복 무료제공에 전학 했다가 한숨만 쉬고 돌아왔네요”
최근 전남 함평여자중학교 학부모 A씨는 학부모 단체방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지난 12일까지 신설학교인 함평중학교로 전학하면 여학생 교복과 체육복(35만원 상당)을 지원한다는 글귀를 보고 전학통지서를 들고 학교를 방문했다가 언쟁만 하다가 돌아왔다.
학부모 단체방인 SNS 대화 때문인지 이달 8일부터 나흘간 함평여중 1,2학년 56명은 전학신청 접수를 마쳤다. 하지만 A씨 등 일부 학부모들은 전학서류를 들고 함평중학교를 찾았다가 “교복지원은 고사하고 통학버스지원도 힘들다”는 학교측의 말에 허탈하게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다시 서류를 들고 함평여중으로 돌아온 A씨 등은 교육정책 등에 화가 나자, 함평교육지원청을 방문해 항의도 했지만 헛수고였다.
24일 함평교육청과 함평여중 등에 따르면 함평여중 2018년 학생수는 1학년 2명(특수1명), 2학년 13명, 3학년 28명 등 총 42명으로, 지난해 144명에서 졸업생 등을 포함해 증감이 102명이 됐다. 이달 초 52명의 재학생이 인근 함평중학교로 전학했고, 정식 신입생은 몸이 불편한 한 학생을 빼면 1명이 고작이다. 급기야 24명의 교직원은 학생수 감소로 이 학교를 떠날 위기에 처했다.
함평여중은 62년 역사를 가진 명문학교로, 우수한 교육과정과 여학생을 위한 특색 운영학교운영 등으로 지난 2015년부터 소프트웨어교육 선도학교이다. 하지만 소규모 적정규모학교 재배치 사업으로 함평중과 학다리중, 신광중 등이 통합, 지난해 9월 함평중학교로 첫 개교하면서 함평여중도 위기가 찾아왔다.
이처럼 무더기 전학사태는 지난해 6월 통폐합 갈등에서부터 비롯됐다. 최신식 신설학교배치를 희망으로 통합을 주장하는 함평여중 학부모와 학교를 지키자는 교사와 일부 반대 재학생들로 대립이 시작되면서 통합이 결렬됐고, 급기야 전학으로 이어진 셈이다.
특히 전학을 주도하는 한 학부모는 SNS를 통해 “교육청으로부터 전학생들도 교복 무상지원과 덤으로 통학차량 코스 조정도 협의 중”이라며 “새 학년의 반 편성을 위해 지난달 12일까지 절차를 마쳐야 한다”고 공지해 과반수 이상의 전학사태의 시초가 되었다.
이를 놓고 함평교육청의 적절치 못한 발언들이 구설수에 올랐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대상 학생들에게 교복무상지원 등 혜택을 주고 있지만 전학생들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는데도 함평교육청은 규정도 없는 전학생들에게 교복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또 함평교육청이 함평중학교에 여학생들이 대거 전학 오면서 남학생들과의 반 배정 비율과 통학버스 코스 재조정, 버스추가확보, 여학생 화장실 등 산재한 문제를 파악도 않고 함평여중 학교 폐쇄만 안이하게 추진했다는 오해도 사고 있기 때문이다.
함평읍에 사는 학부모 박미숙(55ㆍ여)씨는“지역의 명문학교를 통합 추진하면서 사전준비도 하지 못한 교육청 때문에 벌어진 결과”이라며“전학을 가고 못 가던지 학부모와 학생 모두가 피해자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함평중학교 관계자는 “지원교육청에서 전학 온 학생들에게 교복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차량도 추가 지원하겠다는 조치를 뒤늦게 구두로 얘기했다”며“학교측은 교실도 비좁고 준비가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전학 서류를 가지고 온 학부모에게 원칙적인 설명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함평읍에 위치한 함평여자 중ㆍ고가 있는 교정은 오는 3월 함평여고가 고등학교 통폐합으로 이전을 앞두고 있다. 이 학교는 전남도교육청이 추진한 교육역사박물관 부지로 예정되어 있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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