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과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모두 조사한 것으로 23일(현지시간) 알려졌다. 한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스티브 배전 전 백악관 수석전력가도 지난주쯤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핵심 인사들에 대한 조사가 잇따라 이뤄지면서, 이제 뮬러 특검의 칼끝도 트럼프 대통령의 턱밑을 겨누게 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법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세션스 장관이 지난주 로버트 뮬러 특검의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세션스 장관은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좌장 역할을 맡았던 인물로, 트럼프 행정부 각료가 뮬러 특검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P는 특검이 세션스 장관을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의 유착 의혹뿐 아니라, 코미 전 국장 해임과 관련한 ‘사법방해’ 여부를 집중 추궁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별도로, 코미 전 국장 또한 최근 특검 조사를 받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구체적인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조사에서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는 ‘코미 메모’에 초점을 맞췄다고 NYT는 설명했다. 코미 전 국장은 작년 5월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지휘하다 경질됐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독대 때 ‘수사 중단’ 압력을 받았다는 내용이 적힌 메모를 지인을 통해서 언론에 공개했었다.
세션스 장관도 코미 전 국장 해임 당시 상황이나 배경을 잘 알고 있는 인물로, 지난해 3월 자신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스스로 해당 수사 지휘라인에서 물러났다. 세션스의 이 같은 결정 탓에 2개월 후 ‘FBI 신화’로 추앙받았던 뮬러가 로드 로즌스타인 부장관으로부터 특검에 임명됐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최종 과녁을 향해 특검 수사망이 점점 좁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 조사에서 뮬러 특검이 코미 전 국장 해임은 물론, 러시아 내통 의혹을 받는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해임 결정 등에 대해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들이 이르면 다음주쯤 특검 수사관들의 조사를 받는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답변의 일부는 대면, 일부는 서면으로 하기를 원하는 게 변호인들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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