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4월 건군절을 내달 8일로 바꿔
군 “1만3000명 열병식 예행 연습 중”
북, 인공기 소각에 “참가 무산되면 南 책임”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전날 평양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벌일 조짐이다. 건군 70주년을 맞아 정규군 창설일인 2월 8일로 건군절을 바꾸면서다. 선대와의 차별화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주된 의도지만 남한에서의 올림픽을 앞두고 무력 과시를 통한 체제 결속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군 관계자는 23일 “현재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병력 1만3,000여명과 장비ㆍ차량 수백대가 동원된 군 열병식 예행연습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연습엔 전투기ㆍ침투기 등 항공기도 여러 대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축하 비행(에어쇼) 준비 정황이다.
이번 행사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이 보유한 전략무기가 공개될지 여부도 군 당국은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화성-15형 발사와 함께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열리는 첫 열병식이란 점에서다. 다만 군 소식통은 “아직 미사일이 보이진 않는다”고 전했다.
북한의 열병식 준비는 건군절 복원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이날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를 통해 2월 8일을 건군절(2ㆍ8절)로 지정하고, 기존 건군절인 4월 25일은 대신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로 부르기로 했다. 1977년까지는 조선인민군 창설일인 2월 8일이 국가 명절인 건군절이었지만, 이듬해 항일유격대 조직일인 4월 25일로 명절이 변경됐다. 1932년 김일성 주석이 만든 항일유격대는 정규군의 모태 격이다.
공교롭게 평창 올림픽 개막 전날이 됐지만 건군절 복원 및 기념 행사는 예고된 이벤트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위대한 수령님(김일성)께서 조선인민혁명군을 정규적 혁명무력으로 강화 발전시키신 일흔돌이 되는 올해”라고 했다. 정규군 창설일을 성대하게 기념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건군절 기념을 위한 실무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정치국도 밝혔다.
하지만 평창과 평양으로 관심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번 창군일 변경은 조부ㆍ부친의 후광에서 벗어나려는 김 위원장의 시도 중 하나”라면서도 “올림픽 직전 행사를 열어 평창으로 향할 북한 내부와 국제사회의 관심을 평양으로 돌리고 군사력은 남한을 앞선다는 논리로 충성심을 유도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다”고 했다.
한편 이날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전날 국내 극우단체가 인공기와 김 위원장 사진을 불태운 사건과 관련, 대변인 담화를 통해 “보수 떨거지들의 대결 광기로 올림픽 경기대회 참가를 위한 북남 합의와 일정들이 무산되게 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보수패당과 남조선 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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