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당무위 취소
“주말까지 입장 정리” 최후통첩
교섭단체 문제 부딪힌 반대파도
여론전 펴며 개별 설득 작업
중립파는 오늘 중재안 등 논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 반대파를 겨냥해 꺼냈던 징계 카드를 일단 접었다. 대신 징계 대상에 포함된 일부 중립 성향 의원들을 주말까지 설득하기로 했다. 통합과정에서 몸집을 최대한 키우고, 이전투구 양상으로 비치는 당 내부 상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안 대표는 전날 반대파 의원들을 징계하기 위해 소집한 당무위를 23일 오전 갑자기 취소했다. 안 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주말까지 입장을 정리하고 (통합 논의에) 협조해 주기를 진심으로 당부한다”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반대파 의원들이 추진 중인 개혁신당(가칭) 창당발기인대회가 예정된 28일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안 대표가 돌연 입장을 바꾼 이유는 징계 대상에 오른 일부 중립파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최대한 많은 의원들을 확보해 통합에 나서야 이후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과의 다당제 경쟁 구도에서 확실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의원 9명에 불과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의 당내 패권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18명 안팎인 통합 반대파 의원들 간에 온도 차가 있다”며 “안 대표로서는 최대한 많은 의원들을 확보하는 게 통합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수단인 징계 카드로 당내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부담 또한 안 대표의 징계 연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에 맞서 반대파 의원들도 중립파 의원들을 끌어들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원 20명을 확보해 국회 교섭단체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면, 새로 창당할 신당의 위상과 명분도 살고 통합정당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동력까지 갖출 수 있는 탓이다. 한 반대파 의원은 “반대파로 분류되는 18명의 의원 중 비례대표를 빼면 5명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 중립파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으로 치닫는 갈등이 중립파 선점 경쟁으로 흐르자, 박주선 김동철 주승용 황주홍 이용호 등 중립파 의원들은 24일 모여 양측 중재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들은 앞서 안 대표가 거부했던 ‘선 안 대표 사퇴, 후 통합’ 카드로 먼저 설득 작업에 나설 방침이지만, 안 대표의 입장이 확고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 통합파와 반대파는 각자 여론전을 통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 안 대표는 통합 파트너인 유승민 대표와 지지기반인 광주를 찾아 “일부 반대파 주장처럼 자유한국당과의 2단계 통합은 절대 없다”며 “통합 개혁신당의 목적은 기득권 양당으로부터 대한민국을 구하는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반대파 측 개혁신당 창당추진위 대표인 조배숙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경 통합분자들의 허겁지겁한 행태를 보면 딱하기까지 하다”며 “이성이 마비된 정치는 광기와 다르지 않다”고 비난했다.
광주=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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