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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부의 시장 길들이기와 시장의 역풍

입력
2018.01.23 14: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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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서울 아파트 가격 안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비트 코인 규제 등 경제뉴스 대부분은 정부의 ‘시장 길들이기’와 이에 맞서는 ‘시장의 역풍’ 사이의 힘겨루기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사람중심 경제’라는 대의를 가지고 시장의 잘못된 결과를 개선하고자 하고 있다. 강남 아파트 가격의 과도한 상승 억제는 물론 최저임금제의 혁신적인 인상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쉽게 승복하지 않고 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왜 시장의 역풍을 맞고 있는가?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 거의 저수익성 영세사업장이 해당하기 때문에 고용주와 정부뿐만 아니라 사업장의 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건물주ㆍ카드사ㆍ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 공감과 납득할 만한 폭 넓은 준비가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전격적으로 결정하고 일방적인 추진해 왔다.

최저임금제 도입에 가장 민감한 업종인 숙박음식업의 경우 2017년 4분기에 취업자 수는 전년동기대비 월 평균 3만3,000명이 감소하였다. 이러한 고용동향은 2016년 4분기 월 평균 9만7,000명의 취업자 증가와는 정반대의 양상이라는 점에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에 대한 시장의 선제적 대응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정부의 시장 길들이기와 시장의 역풍이 가장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것은 강남 아파트 시장이다. 작년 서울 아파트 가격상승률은 조사기관에 따라 낮게는 4.7%에서 높게는 11.4%로 나타났다. 조사기관 공통적으로 강남구와 송파구의 가격 상승률은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 상승률보다 높았으며, 특히 8월 2일 정부 규제 이후 더 높게 상승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송파구의 아파트 가격은 작년 말 대비하여 7월말까지 1.6% 상승에 그쳤으나, 이후 연말까지 5개월간 4.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선후관계로는 8.2 조치가 오히려 강남구와 송파구의 아파트 가격을 더 올리는 작용을 한 셈이다.

8ㆍ2 조치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아파트 주도로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이 계속됨에 따라 정부는 갖가지 ‘세금 폭탄’과 ‘규제 폭탄’으로 강남 아파트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아파트 가격 상승과 이에 대응한 정부의 규제는 이미 악순환 구조에 빠져 있으며, 규제가 거듭될수록 시장의 왜곡은 깊어지고, 그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과연 정부는 강남 아파트시장 길들이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결과는 진퇴양난으로 예상된다. 만약 정부 규제가 아파트 가격 상승을 잡는 데 성공한다면, 단기적으로는 거래절벽과 공급부족을 야기하고 그 결과로 장기적으로는 가격 상승 압력의 축적이라는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한편 강남 아파트시장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정부는 경제정책의 지도력에 상처를 입게 된다.

정부가 시장의 역풍을 외면하고 일방적 밀어 붙이기 식으로 정책을 계속 추진한다면, 이것은 과거 보수정권의 정책 적폐를 답습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가 정책의 규범적 정당성을 과신한 나머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거나 수요와 공급에 의한 시장의 내재적 균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결과로 새로운 정책들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함으로써 ‘시장의 역풍’을 자초하고 있다. 더 큰 실책이 있기 전에 이제라도 정부는 시장의 신뢰를 얻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시장을 압박하여 길들일 수는 있다. 그러나 정부 개입은 장기적으로 또 다른 불균형을 키우는 부작용을 수반한다. 정책이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민심의 정부이기 때문에 정책과정에서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을 더욱 중시해야 마땅하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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