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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감독 “실력 위주, 北 선수 12명 모두 뛸 일 없다”

입력
2018.01.22 19:3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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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이끌 세러 머리 감독. 연합뉴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이끌 세러 머리 감독. 연합뉴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지휘봉을 잡을 세러 머리(30ㆍ캐나다) 감독이 북한 선수의 기용 원칙을 분명히 했다.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찬반 논란이 멈추지 않자 머리 감독은 22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당초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처음엔 우리 팀 선수들이 못 뛸까 봐 걱정했지만 그래도 경기 당 출전 북한 선수가 6명보다 3명이 낫다”며 “12명을 골고루 내보내라는 지시가 와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일팀에 대한 전권을 내가 가진다고 거듭 확인 받았다”고 덧붙였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우리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으로 이뤄진다. 이 북한 선수들을 경기마다 반드시 3명 내보내기로 남북 양측이 합의했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함께 훈련하며 호흡을 맞추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머리 감독은 아직까지도 북한 선수 명단이나 합류 시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 평창올림픽까지 시간은 촉박한데, 제한된 정보를 받아 답답할 법도 했지만 머리 감독은 “지금 올림픽을 준비할 생각뿐이지, 감정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차분하게 대응했다. 다만 “바로 연습 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선수들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머리 감독은 일단 북한 선수들이 오면 4라인에 넣을 계획이다. 아이스하키는 골리를 제외한 5명(공격수 3명+수비수 2명)의 4개 조로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경기 초반에 나와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1~2라인을 ‘스코어 라인’, 탄탄한 수비와 몸싸움으로 상대 체력을 고갈시키는 3~4라인을 ‘체킹 라인’이라고 부른다. 머리 감독은 “우리 팀 1~3라인은 조직력도 잘 맞고, 수년간 열심히 뛰었다”며 “신체가 좋은 북한 선수들은 전략적으로 4라인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세러 머리 감독이 22일 오후 충북 진천선수촌 빙상훈련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원
세러 머리 감독이 22일 오후 충북 진천선수촌 빙상훈련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원

북한 선수들이 내려와 합동 훈련을 할 때 원활한 소통을 하는 것도 숙제다. 우리 대표팀은 2014년 9월 머리 감독이 부임한 이후 우리만의 전술을 구축해 조직력을 끌어올렸다. 북한 선수들에게는 생소하고, 서로 쓰는 아이스하키 용어도 다르다. 북한 선수들과 따로 교류를 나눠본 적도 없어 선수들끼리 서먹할 수 있다.

남북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맡을 코칭스태프 중 유일한 한국인인 김도윤 코치는 “소통이 정말 중요할 것 같다”며 “최근 두 차례 국제대회에서 만났는데 전혀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어 서로 어색할 수 있다. 북한에서도 코치 한 명이 온다니까 많이 얘기를 하고, 양 쪽 선수들이 가까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머리 감독은 남북 단일팀이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만들어진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원래 준비했던 우리 선수 23명이 다 못 뛰어 걱정”이라고 가슴 아파했다. 하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했다. 머리 감독은 “올림픽이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단일팀으로 관심을 많이 받게 된 만큼 올림픽 이후 한국 여성들이 하키를 많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우리 대표팀은 18일 최종 23명의 엔트리를 확정했고, 내달 4일 인천에서 스웨덴과 평가전을 치른다. 스웨덴전에는 북한 선수들도 뛸 전망이다. 그리고 이튿날 올림픽 선수촌에 입촌한다. 대표팀의 올림픽 첫 경기는 2월10일 스위스전이다.

진천=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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