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선생 광복군 합류 기록도
유공자 포상 근거자료 활용 전망
정부가 과거 아시아태평양전쟁에 일본군으로 강제 동원됐던 조선인들의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처음으로 발간했다.
행정안전부 과거사업무지원단과 고려대는 지난해 10~12월 일본제국주의의 학도지원병 강제 동원 피해 실태를 조사해 보고서를 냈다고 22일 밝혔다. 행안부와 고려대는 학도병 제도 시행 배경, 동원규모, 부대배치, 생존자 회고록, 일본군 부대 명부 등을 중점 조사했다.
행안부는 “지금까지 학도병으로 동원된 조선인은 4,385명으로 추정됐을 뿐 구체적인 자료가 없었다”며 “이번 보고서는 피해 실태를 종합적으로 구명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도병은 전문학교 이상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군인 동원제도로, 1943년 말 기만적인 지원과 전형 절차를 거쳐 동원됐다. 학도병 동원 대상자로 지목된 총 6,203명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4,385명이 군인으로 차출됐다. 학도병을 거부한 청년들은 군수공장 등에 보내졌다. 동원된 학도병은 1944년 1월 20일 일본군 부대에 입영 후 훈련을 받고 각지에 배치됐다. 절반가량은 일본, 30%가량은 중국 전선, 나머지는 한반도 내에 잔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도병으로 동원된 조선인의 이름이 가장 많이 나온 자료는 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 명부였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진상조사단이 실태를 조사해 작성한 명부로 2,352명의 명단을 목록화했다. 이 외에도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보도내용, 학도병 출신자 모임인 ‘1ㆍ20 동지회’ 회고록, 한국광복군ㆍ독립유공자 명부 등을 토대로 학도병들의 실태를 점검했다. 매일신문에는 ‘학도의 출진을 축함’이라는 사설과 ‘뒷일은 우리들이 학병의 가정을 지키자’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려있다.
특히 이번에 발굴한 자료 중에는 전선에 배치된 후 탈출해 광복군에 합류, 독립운동을 전개한 인물들의 기록도 다수 포함됐다. 학도병 가운데 일본군을 탈출해 광복군에 참가한 이는 43명,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은 사람이 71명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독립유공자 포상의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군 부대명부(유수명부, 병적전시명부)를 통해 학도지원병 40명의 강제징집 과정과 탈출시기 등을 확인했다. 특히 고 김준엽 선생과 고 장준하 선생의 목숨을 건 탈출과정이 상세하게 기록됐다. 병적전시명부에 따르면 평양 출신인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은 1944년 1월 20일 입영해 중국 안동과 상해관을 거쳐 보병으로 서주에 배치됐다. 그러나 그는 초년병 교육을 받다가 행군 훈련을 하루 앞둔 밤 부대를 빠져 나와 한국광복군에 합류했다. 일본군은 중국에 밀정까지 보내는 등 김준엽 선생의 뒤를 쫓았지만 결국 그를 찾지못하고 ‘생사불명’으로 기록을 남겼다.
평안북도 삭주가 본적인 고 장준하 선생도 1944년 7월 7일 중국 서주에서 탈출해 광복군에 합류, 독립운동을 벌이다 해방을 맞았다.
행안부 과거사업무지원단 관계자는 “위안부 문제와 함께 꽃다운 청년들을 전장에 내몰아 희생시키는 등 일본이 과거에 우리나라에 끼친 강제동원 피해를 사실대로 정확히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진상조사 보고서는 국가기록원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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