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의 일이다. 중국의 대표적 주간지인 ‘남방 주말’ 기자들은 새해 신년헌사를 준비했다. 제목이 ‘중국의 꿈, 헌정의 꿈’이었다. 그 일부를 소개한다. “헌법이 다스릴 때 모든 사람들의 아름다운 꿈은 이루어 질 것입니다. 헌정을 실천하고 권리를 꿋꿋이 지켜 모든 사람들이 하늘의 해와 달 같이 밝고 화사한 마음으로 살 것입니다. 중국의 꿈은 마땅히 헌정의 꿈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제창하는 중국의 꿈이 헌법에 의한 통치이어야 한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기자들은 끝내 이 글을 실을 수 없었다. 글의 제목은 ‘추몽’으로 변경되었다. 글의 내용도 중국이 꿈에 근접해 있다는 긍정적 내용으로 바뀌었다. 기자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공개 서한을 보내어 당국의 검열에 항의했다. 시민들이 중국 공안의 저지를 무릅쓰고 신문사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헌법에 의한 통치는 민주주의 기본질서이다. 이에 도달하는 등산로는 여러 갈래일 수 있다. 중국과 한국이 헌정의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헌정이라는 목표는 같다. 실질적 헌정을 요구하는 본질은 중국과 한국이 다르지 않다.
1919년 4월, 이 땅의 민중들은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만들었다. 인민 평등, 계급 폐지, 사형제 폐지, 선거권, 종교ㆍ언론ㆍ집회ㆍ결사의 자유를 선언했다. 3ㆍ1 혁명은 이 땅에 진정한 근대를 열었다. 좌절된 비폭력 저항운동이 아니라, 위대한 역사적 성취이다. 이어 1919년 9월의 ‘대한민국 임시헌법’은 국회인 의정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법률 없이는 처벌되지 않는다는 죄형법정주의 대원칙을 선언했다.
이 땅의 사람들이 100년 전에 헌법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1919년 9월의 ‘대한민국 임시헌법’에 답이 있다. 헌법 제정의 목적을 “공리를 창명하며 공익을 증진”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헌법은 공동체의 구성 원리이다. 공익을 위한 그릇이다.
이명박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와 자동파병 비밀군사협정을 체결한 사실이 드러났다. 헌법 위반이다. 헌법 60조 1항은 주권 제약, 안전보장, 재정 부담 조약은 반드시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다. 한국군의 자동파병 조항이 있는 UAE와의 군사협정을 국회의 사전 동의 없이 체결한 행위는 헌법 위반이다. 국회의 동의 없이는 파병 의무 조약을 다른 나라와 체결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헌법위반행위를 ‘국익’의 이름으로 합리화하려고 한다. 원전 수출을 위해 사용한 노련한 술수였다는 듯이 강변한다. 그러나 외교는 헌법의 무덤이 아니다. 외교일수록 헌법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국제사회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존중한다.
외교통상안보라는 유혹에 빠져 헌법 위반의 술수를 쓰면, 국제 사회는 한국 민주주의를 업신여길 것이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정당한 내부 절차마저 우습게 여긴다면 이보다 심각한 국익침해가 없다.
내년이면 1919년 헌법 제정 100주년이다. 헌정의 꿈은 중국만의 꿈이 아니다. 한국의 꿈이기도 하다. 이제는 국제사회가 한국 민주주의를 존중하게 해야 한다. 헌법을 위반한 비밀파병협정은 국익이 아니다. 국회는 비밀파병협정을 제출 받아 부결시켜야 한다.
송기호 변호사ㆍ민변 국제통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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