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정욱] 한국 체육의 젖줄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오랜 수장 공백을 끝내고 새 이사장을 맞이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9일 조재기(68) 동아대 명예교수를 국민체육진흥공단 제12대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이창섭 전임 이사장이 지난해 5월 8일 퇴임한 지 무려 8개월여 만이다. 조 신임 이사장은 22일 오후 3시 서울 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취임식을 갖고, 2021년 1월까지 3년의 임기에 들어간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개모집과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 절차를 거쳤다.
유도선수 출신인 조재기 신임 이사장은 “경기인 출신으로 체육 분야의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 행정·조직·경영관리 능력을 겸비하고 있어 체육 분야의 국정과제인 '모든 국민이 스포츠를 즐기는 활기찬 나라'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는 문체부의 임명 배경 설명에서 보듯, 스포츠 현장과 행정, 학계 등 다양한 경험을 갖추었다. 그는 1976 몬트리올 올림픽 유도 무제한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공단 수장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다. 선수생활을 마친 뒤 모교인 동아대 교수로 후학 양성에 나섰고, 부산광역시체육회 사무처장, 1988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유도대회운영본부 사무차장,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경기담당 사무차장, 동아대 체육대학장,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등 풍부한 행정 경험도 쌓았다. 체육인의 공단 이사장 선임은 문인 출신의 문체부 장관과 대비되며, 그동안 일부에서 제기했던 ‘현 정부의 체육 홀대론’을 잠재울 수 있는 인사 카드이기도 하다.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던 김성호(60) 전무마저 이달 말 임기를 마치는 현실에서 새 이사장 선임을 더 늦출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조 신임 이사장은 큰 기대와 함께 산적해있는 과제들도 대거 떠안은 채 임기에 들어가야 한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체육계 적폐청산의 대명제를 등에 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공단 내부적으로 풀어야 할 시급한 문제에도 당면해 있다.
공단은 지난해 6월 기획재정부의 ‘2016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서 매우 부진한 평가를 받았다. B등급에서 D등급으로 2단계나 추락했다. 부진한 실적 탓에 경고를 받았다. 성과급이 깎이고, 예산편성에서 경상경비가 내려가는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공단은 국정농단의 장본인인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 씨가 사무총장을 맡았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7억원 가량의 지원금을 제공했다. 이를 폭로했던 인물이 바로 현 문체부 장관인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또 이사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인사와 예산 집행 등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했다. 차일피일 늦춰지는 인사 탓에 내부 조직원들의 업무 집중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공단 기금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탓에 관계 기관, 단체들의 볼멘소리도 이어졌다. 한 체육계 인사는 “이사장 공백이 10개월 동안 계속되면서 내부에서는 일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예산 집행이 안 돼 업무 진행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곧 다가올 인사를 앞두고 뒤숭숭한 것이 사실이다”면서 “기재부 경영평가에서 사실상 최하인 D등급을 받았는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은 더 문제다”라고 말했다.
새 이사장 선임이 늦춰지는 사이 체육계 안팎에서 하마평은 끊이지 않았다. 고위공직자 출신과 조재기 동아대 교수의 2파전부터 집권 여당에서 추천하는 제3의 후보 등장 등 소문이 무성했다. 투서 공방 이전투구설, 정치적 갈등설 등이 언급되면서 체육계 민심은 흉흉해졌다. 지난해에는 야구 출신의 원로 체육인 등도 입길에 올랐다.
신임 조 이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들은 하나 둘이 아니다. 공단은 과거에도 불법 비자금 조성, 낙하산 인사, 직원 가족의 편법 채용 등으로 수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조 이사장이 체육 정책 지원과 국민건강 증진 등 체육계 안팎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한편, 내부 조직 강화에도 힘 써야하는 어려운 현실에서 중차대한 임무를 맡은 형국이다. 조 이사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체육공단의 최고경영자가 돼서 이제는 ‘행정’이 아닌 ‘경영’을 해야 하니 걱정도 많다”고 했다. 위기와 난제를 돌파하고 체육계가 바라는 해결사가 되길 기대한다.
박정욱 기자 jungwook@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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