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
북한 12명 포함 엔트리 35명으로
매 경기 남한 19명+북한 3명 출전
“선수 선발 감독 고유권한 침해”
“남북단일팀 3명 정도는 괜찮다”
IOC 합의 놓고 의견 엇갈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재로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에서 가장 합의가 힘들었던 난제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엔트리였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의 배려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단일팀 총 엔트리는 23명에서 12명 더 늘었지만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인원은 22명으로 다른 팀들과 똑같다. 북한은 단일팀의 명목에 걸맞게 우리 선수의 절반인 12명의 참가를 요구했다고 한다.
선수단 구성은 남북 모두 이견이 없었다. 문제는 출전 선수 인원이었다. 북한은 5명의 선수를 매 경기에 내보내달라고 요구했고, IOC측도 이를 수용하라고 우리를 압박했다. 북한 선수 1~2명 출전을 예상한 우리 대표단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단일팀 논의를 접을 수도 있다고 반발했다. 회의를 마치고 2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우리 선수의 출전 기회와 출전 횟수가 줄어드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출전 선수의 수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김기홍 평창조직위원회 사무차장은 “단일팀 구성에 시일이 촉박하다는 점을 북측에 강조했다”며 “한국의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와 전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의견을 계속 주고받은 끝에 북한의 출전 선수를 3명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매듭지었다”고 설명했다.
단일팀을 지휘할 우리 대표팀의 세러 머리(30ㆍ캐나다) 감독은 지난 16일 “만약 단일팀이 성사되더라도 나에게 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압박은 없길 희망한다”고 강조했지만 사령탑의 바람과 달리 북한 선수를 경기마다 꼭 3명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를 두고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 선발권을 침해했다”와 “단일팀을 꾸리면서 3명 정도면 괜찮다”는 의견이 갈린다.
국내 아이스하키 실업팀 지도자 출신 A씨는 “내가 감독이었다면 무조건 반대하고 분명 싸웠을 것”이라며 “실업 팀도 하나 없이 올림픽만 바라보고 고생한 것을 다 아는데 세 명의 자리를 뺏긴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선수 출신 B씨는 “조직력이 100% 깨질 수밖에 없는데 억지로 꾸려진 팀으로 과연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고 국민들에게 박수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대표팀 23명 엔트리에서 탈락한 이민지 선수는 20일 자신의 SNS에 “선수에게는 1분1초가 소중한데 단 몇 분이라도 희생하는 게 어떻게 기회 박탈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지”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단일팀 구성은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인 만큼 단일팀 관련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기보다 우리 대표팀이 평창에서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도록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머리 감독도 2~3명 정도는 도움이 될 만한 선수가 있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3명으로 뛸 선수를 제한해달라고 했다”면서 “우리 임무는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는 것이지,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올림픽 첫 경기(2월 10일 스위스전)까지 2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고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