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굴욕의 1주년
민주ㆍ공화ㆍ백악관 종일 책임 공방
트럼프 “민주당 셧 다운” 트윗 공격
공휴일 지나면 시민 불편 커질 듯

미국 연방정부가 ‘셧 다운’(일시적 업무중지)에 돌입한 첫날(20일ㆍ현지시간), 미국 정치권은 책임공방으로 하루를 보냈다. 지지자들과 함께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취임 1주년 기념 후원행사를 열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계획을 포기하는 대신 백악관에 머물렀다. 정쟁으로 정부 업무가 멈췄지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속내였다. 실제로 백악관은 이날 내외신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분주하게 일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제공했다. 다만 업무 정지에도 불구, 첫날이 공휴일이었던 만큼 국립공원 등의 폐쇄를 제외하고는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공화당과 민주당, 백악관은 하루 종일 비난성명을 주고 받았다. 공화당은 ‘슈머(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셧다운’, 민주당은 ‘트럼프 셧다운’이라고 주장했다. 임시 예산안 부결 직후 협상 대표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 어리석은 사태를 종결하는 해법이 필요하다. 셧 다운은 이 사태에 책임질 일이 없는 미국인 수백만을 고통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척 슈머 대표는 공화당보다는‘거지소굴’ 발언 등으로 사태를 악화시킨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가 백악관과 공화당 강경파, 보수언론의 꾀임에 길을 잃었다. 사태 해결을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물론 물밑에서 접촉이 이어졌다. 수전 콜린스 의원(공화당)과 조 먼친 의원(민주당) 등 중도성향 의원들은 사태 해결을 위해 별도 접촉을 가졌다. 매코널 대표도 부결된 4주 시한의 임시예산안 대신 3주 시한(2월 8일)의 임시예산안에 대한 표결을 22일 시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사태가 조기 수습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CNN 방송은 그러나 “양당 모두 상대방이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사태 장기화도 우려했다.
우울한 취임 1주년을 맞이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야당을 공격했다. “민주당은 나에게 멋진(취임 기념)선물을 주기를 원했다. 그건 바로‘민주당 셧다운’”, “민주당은 위대한 미군이나 남쪽 국경 안전문제보다 불법 이민자에 관심이 더 많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의원이 더 필요하다”며 민주당에 맹공을 퍼부었다.
백악관은 이날 전화 발신음도 “민주당이 이민자문제 논의를 인질로 삼아 미군 및 국가안보 기관에 예산지급을 중단했다. 그래서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바꿨다. ‘셧 다운’ 책임을 민주당에 전가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한편 셧다운 사태로 23~26일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 포럼)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할지도 불투명해졌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국장은 “하루 단위로 참석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 설전에도 불구, ‘셧 다운’ 사태의 영향을 아직 크지 않다. 뉴욕 맨해튼의 자유의 여신상과 엘리스섬, 워싱턴의 의사당, 필라델피아의 독립기념관, 뉴멕시코의 내셔널 모뉴먼트 등 연방 정부가 운영하는 주요 관광지와 국립공원들이 폐쇄된 정도다. AP통신은 “셧다운의 여파는 부분적이었지만 상징적이었다”며 큰 혼란이 빚어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부 업무가 시작되는 22일에도 셧 다운 사태가 해소되지 않으면, 100만명 가량의 연방 공무원이 업무를 보지 않게 돼 시민들의 불편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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