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 후 운전하며 틈틈이 독학
“지금까지 날 위해 노력한 인생
이젠 힘든 사람 돌보며 살고파”
“지난 40여 년 동안 중학교 중퇴·소년원 출신이란 꼬리표가 따라붙었지만, 매 순간 죽을 각오로 노력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다음달 고려대 일반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을 예정인 노무사 구건서(61)씨는 21일 가난과 편견 속에서 힘겹게 견뎌왔던 지난 날의 삶을 떠올리면서 담담히 웃어 보였다. “충북 보은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상경했지만, 별다른 가계소득이 없어 4명의 동생과 함께 뚝섬 비닐하우스에서 새우잠을 잔 적도 있었다”던 그는 “박사학위를 받게 되다니 감개무량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던 1971년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가난 탓에 반년간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처지가 되자, 홧김에 가출해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남의 물건에 손을 댄 것. 1년간 소년원 생활을 마친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돈벌이에 나섰지만, 중학교도 졸업 못한 소년원 출신을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수년 간 공사현장과 노점상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해 오던 그는 1980년 결혼한 뒤 이듬해 아들이 생기면서 택시운전사로 새 삶을 시작했다. 그 때부터 가슴 한 편엔 더 당당한 가장이 되겠다는 목표가 꿈틀댔고, 노동운동을 하며 노동법에 흥미를 느낀 그는 노무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 때부터 그는 택시 운전대에 법학서적이나 노무사 수험서적 등을 오려 붙여놓고, 길이 막히거나 신호대기에 걸릴 때마다 보면서 암기했다. “손님이 없을 때면 휴대용 카세트에 이어폰을 꽂아 노동법 강의를 들었어요. 이렇게 꼬박 3년간 택시를 도서관 삼아 독학한 결과 1989년 제2회 공인노무사 시험에 붙었죠.”
노무사가 된 뒤에도 구씨는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2005년 고입 검정고시를 시작으로 2006년 대입 검정고시, 2007년 대학 독학사(법학 전공)까지 3년 만에 중·고·대학과정을 모두 마쳤다. 이어 2009년 고려대 노동대학원에 입학해 석사과정을 밟았다. 2012년 석사학위를 얻은 그는 같은 대학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해 '취업형태 다양화에 따른 노동관계법 적용 확대에 관한 연구’ 논문을 최근 완성해 다음달 24일 학위수여식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현재 노무법인 ‘더휴먼’ 회장으로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지금까진 나를 위해 열심히 살았을 뿐”이라면서 “앞으로 어렵고 힘든 사람을 더 돌아보며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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